그들의 특별한 이야기 - 인터뷰
세계의 여러 나라마다, 문화마다 여러 가지 형태의 결혼식이 있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비교적 후딱 끝나버리는 우리나라의 결혼식과는 달리 어떤 나라에서는 결혼식이 이틀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결혼식을 한 번씩 가 보는 게 여행의 목표일 때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초대를 받아야만 갈 수 있는 게 결혼식인지라 기회는 흔하게 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크루즈선에서 근무하면서 색다른 형태의 '바다 위 결혼식'을 볼 수 있었는데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이 크루즈 웨딩을 언젠가는 꼭 소개해보고 싶었다.
크루즈에서 스위트 라운지(Suite lounge)에서 근무하던 시절, 밝은 에너지의 젊은 부부 조지와 줄리를 만났다. 거의 매일 저녁 이야기 꽃을 피웠기 때문에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할 땐 퍽 아쉬웠다. 대학생 시절 크루즈 여행에서 처음 만난 게 인연이 되어, 오랜 연애 끝에 처음 만남처럼 바다 한가운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는 그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인터뷰로 재구성해보았다.
Q. 크루즈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결심을 한 배경이 궁금해요
오랜 연애 끝에 약혼을 한 후로 결혼식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미국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스타일의 결혼식도 물론 좋지만 저희는 좀 더 특별한 걸 원했거든요. 그래서 욕심껏 이것저것 넣으려다 보니 가격이 어마어마했어요. 아무리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지만 기분대로 다 했다가는 결혼식 끝나고 파산하겠더라고요. 그러다가 예전에 크루즈 여행을 했을 때 배에서 결혼식을 하는 걸 봤던 기억이 났죠. 제가 먼저 크루즈 이야기를 꺼냈고, 조지는 무조건 찬성이었어요.
사실 크루즈에서의 결혼식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예요.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이 바로 크루즈였거든요. 그땐 저희 둘 다 학생이었기 때문에 각자의 부모님을 따라 휴가를 갔었죠. 저녁식사를 옆 테이블에서 하다가 부모님끼리 친해지셔서 그다음 날부터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그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게 된 거죠. 저에게는 그게 첫 크루즈 경험이었는데, 알고 보니 플로리다 출신인 조지는 어렸을 때부터 거의 매년 크루징을 하곤 했대요. 이제 결혼을 했으니 조지와 멤버십을 쉐어할 수 있게 되어서 저에겐 이득이에요. 멤버에게만 허용되는 라운지에도 들어갈 수 있고요. 하하.
Q. 결혼식 준비는 어땠어요?
크루즈에서 결혼식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나니까 선택지가 세 가지 정도 있었어요.
먼저, 크루즈에 승선하는 보딩일(Boarding day)에 결혼식을 하는 방법인데요. 그러면 가족이나 지인들이 크루즈 여행을 함께 하진 않더라도 배가 정박해있는 동안 승선해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어요. 그리고 배가 출항하기 전에 하선하는 거지요. 물론 크루즈를 예약해서 함께 여행을 할 수도 있고요. 이렇게 하면 좀 더 많은 하객을 초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고민을 좀 했어요.
그런데 저희는 이왕 크루즈를 선택했으니 뭐니 뭐니 해도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항해 일에 결혼을 하면 선장님께서 주례를 해주실 수 있거든요. 크루즈 결혼식에서 선장님의 주례가 유효하려면 배가 공해(international waters)에 있어야만 해요. 재밌죠?
마지막 옵션은 배가 정박하는 기항지 중에 하나에서 결혼식을 하는 방법이에요. 크루즈를 즐기다가 멋진 섬에서 내려서 결혼하는 것도 너무나 로맨틱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조지 말로는 허리케인 같은 변수가 생겨서 배가 기항지를 취소하거나 바꾸는 경우도 어쩌다 이긴 하지만 있다는 거예요. 저희 둘 다 원래 즉흥적인걸 좋아하긴 하지만 저희 결혼식만큼은 안전하게 가고 싶었어요. 결혼식을 취소하거나 장소를 급하게 변경해야 하는 건 아무리 적은 가능성이라도 상상도 하기 싫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크루즈 둘째 날 바다 위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죠.
아쉽게도 저희가 처음 만났던 배인 모나크호(Monarch of the seas)는 더 이상 운항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렇지만 같은 선사의 다른 배들 중에 저희가 처음 크루즈를 했던 같은 노선을 도는 배가 있었어요. 완벽했어요. 게다가 조지와 저의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 합쳐서 40명 정도가 함께 크루징을 하면서 결혼식을 축하해주었어요. 일반적인 결혼식을 했더라면 물론 더 많은 하객들을 초대할 수 있었겠지만 하루 만에 끝이 나버리니 찾아와 주신 분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일주일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크루징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어요. 물론 저희 둘 만의 오붓한 시간도 보내기에 충분했고요. 큰 맘먹고 스위트룸을 예약해서 개인 발코니에서 둘만의 아침 식사도 하고, 해 질 녘에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스파도 즐겼어요. 함께 온 가족들과 친구들도 각자 휴가를 즐기다가 저녁엔 함께 모여 그룹 식사를 했고요.
Q. 바다 위에서의 결혼식은 어땠나요?
솔직히 일반적인 결혼식보다 독특하면서도 훨씬 저렴하게 할 수 있었어요. 왜냐면 하객이 별로 없었고 허니문까지 한 번에 할 수 있었으니까요. 사실 결혼식은 어디서 하든 커플의 취향에 따라서 얼마든지 더 비쌀 수도 있긴 하겠죠. 언제 결혼식을 올릴지를 결정하고 나니 나머지는 너무나 수월했어요. 크루즈 예약을 하고서부터 승선을 할 때까지는 웨딩플래너(Pre-Cruise Wedding Planner)가 도와주었고 승선을 하고 나서는 크루즈에 상주하는 웨딩코디네이터가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었어요.
패키지에는 웨딩플래너, 주례자, 결혼식 장소, Moët & Chandon 샴페인, 음악, 3단 웨딩케이크, 커플 디너, 포토그래퍼, 룸 데코레이션 등이 포함이었어요. 채플에서 선장님 주례로 식을 마치고 나서 바로 아래층에 있는 커다란 라운지에서 댄스파티를 했죠. 파티를 하면서 필요한 바(bar) 서비스와 음식은 또 다른 옵션으로 선택 가능했고요. 저랑 조지가 미리 선곡한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며 전면이 탁 트인 유리창이었던 아름다운 라운지에서 바다의 지평선을 배경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Q. 크루즈 결혼식이 독특하긴 한데 단점은 없었나요?
물론 아무래도 바다 위 결혼식이다 보니 일반 결혼식에 비해 어떤 면에서 한정적인 건 있었어요. 또 휴가를 내지 못해서 아쉬워했던 친구들에겐 미안하기도 했고요. 이건 예비 신랑 신부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또 하나는 결혼식 전에 미리 장소를 가본다거나 제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 내 눈으로 확인을 할 수가 없다는 점이에요. 보통은 결혼식 전에 당연히 장소도 미리 가보고, 음식도 먹어보고, 드레스 리허설도 하잖아요. 그런데 크루즈는 미리 여행을 해보지 않는 이상 사전에 체크가 어려우니 웨딩플래너의 말을 백 퍼센트 신뢰하는 수밖에 없어요. 좋게 생각하면 내가 컨트롤할게 별로 없으니 걱정이 없는 거고, 거꾸로 생각하면 승선하기 전까지 좀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요.
@written by 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