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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컴퍼스 Feb 19. 2020

#9 10년간 '세계 최대 선박'이라는 타이틀의 부동자

오아시스 클래스의 남다른 클래스

14년 전, 2006년 2월. 크루즈 세상을 들썩이게 한 소식이 있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선, 오아시스호의 건조 계획이었다.


오아시스호(Oasis of the seas.)는 로열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의 수주로 STX유럽에서 건조한 크루즈선이다. 당시 22만 5천 톤. 최대 6200명의 승객과 약 2300명의 승무원이 탑승 가능한 크루즈선의 건조 소식은 크루즈 세상을 떠들썩하게도 충분할 만큼 어마어마한 소식이었다. 당시 오아시스호의 사이즈는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그 사이즈를 가늠할 수 없었고, 감히 그녀의 탄생이 가능한 일인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프로젝트 제네시스(Project Genesis)”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오아시스호의 건조 계획은 그로부터 2년 후 11월 그녀가 탄생하며 건조의 성공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의심이 사실이 되는 순간을 목격했다.


오아시스호의 건조 현장. 로열캐리비안 인터내셔널 홈페이지에


로열캐리비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 기세를 몰아 연년생인 동생 얼루어호(Allure of the seas), 2016년에는 하모니호(Harmony of the seas)  그리고 2018년 3월 심포니호(Symphony of the seas)까지 건조해 세상의 빛을 보게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지금 오아시스네, 즉 오아시스 클래스(Class)에는 총 4척의 크루즈선이 있으며, 2019년 8월 기준으로 심포니호가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로 자리 잡고 있으며,  오아시스네는 세계 최대의 크루즈 클래스라는 가문의 영광을 놓지 않고 있다.


*Class: 클래스는 사람에 비유하자면 가문, 비행기에 비유하자면 기종과 비슷하다. 같은 클래스 안에 속하는 크루즈선의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설계도면으로 만든 모델이기 때문에 선체의 구조나 특징이 비슷하다. 예를 들면 오아시스호는 오아시스 클래스 안에 속하는 오아시스호이고 얼루어 호역 시 오아시스 클래스에 속하며, 이름은 얼루어호 인 셈이다.


2009년 오아시스호를 보기 위해 마이애미 포트 로더데일에 갔던 필자의 한 지인은 그녀를 만났던 그 당시를 이렇게 묘사했다.  


오아시스호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입이 다물이 지지 않았다. 그녀는 웅장했고, 너무나 거대했고, 무서울 정도였다. 하지만 배 내부로 들어가니 푸른 공원이 나를 맞이 하였고, 따스한 햇살이 그 위를 비추고, 어린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왜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가졌는지 알 것 같았다. 그곳은 바다 위 낙원이었다. 아무도 그곳이 배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배에 있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배.
(You don’t feel like you are on the ship.)”


사실 오아시스호는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이 한 문장 안에 오아시스호를 전부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행의 삼박자가 있다.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이 삼박자가 잘 어울려진다면 그 여행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오아시스호는 어떨까? 이 삼박자가 갖추어진 곳일까?


먼저 먹을거리로 말하면 레스토랑의 수와 다양성으로 승부를 본다고 하겠다.


셰프 테이블(Chef’s table), 150 센트럴 파크(150 Central park), 사보르(Sabor), 소렌토 피자 (Sorrento’s pizza), 코스털 키친(Coastal kitchen), 파크 카페(Park cafe), 메인 다이닝 룸(Main dining room), 윈재머(Windjammer), 솔라리움 비스트로 레스토랑(Solarium bistro restaurant), 조니락켓(Johnny rockets), 스타벅스(Starbucks), 엘 로코 프레쉬(El loco Fresh), 카페 프로머나드(Cafe promenade), 바이탈리티 카페(Vitality cafe), 찹스 그릴(Chops grille), 룸서비스(Room service), 포트사이드 바비큐(Portside BBQ), 슈가 비치(Sugar beach), 지오바니 테이블(Giovanni’s table), 도그 하우스(Dog house), 이주미 히바치&초밥(Izumi hibachi & Sushi).....


총 21곳의 다양한 레스토랑이 오아시스호에 있다. 물론 여기에는 무료도 있고, 유료도 있다. 또한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오아시스에는 술과 음료를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16곳의 바&라운지도 있다.


볼거리 역시 먹을거리 못지않게 다양하다. 브로드웨이 쇼, 아이스 스케이팅 쇼, 로열캐리비안 프로덕션팀이 자체적으로 기획, 연출한 프로덕션 쇼, 영화 상영, 아쿠아 극장에서 열리는 다이빙쇼, 아쿠아쇼 그리고 코미디쇼에 퍼레이드까지 눈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즐길거리는 어떨까? 쇼핑, 스파, 플로우 라이더(Flowrider), 암벽등반, 얼티메이트 에비스 슬라이딩(Ultimate abyss), 퍼펙트 스톰 워터슬라이드 (The perfect storm), 회전목마, 짚라인(Zip line), 레이저택, 노래방, 탈출 게임, 아트 옥션, 70년대 디스코 파티, 살사 댄스 교실, 요리 수업, 주얼리 만들기, 냅킨 폴딩 수업, 와인 테이스팅, 컵케익 만들기, 초밥 만들기 수업,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취득 코스, 미니골프 등 여기에 아이들을 위한 체험 학습과 프로그램은 나열하지도 않았으니, 과연 7박 동안 이 많은 것을 한 번이라도 즐길 수는 있을지가 의문일 정도로 즐길거리가 충분하다.


이처럼 21개의 레스토랑, 16개의 바와 라운지, 74가지가 넘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오아시스호로 여행을 간다면 이 여행은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기에 2739개의 객실과 21개의 객실 타입을 선택할 수 있는 잠자리까지 만족시키는 여행이니 어디 흠잡을 데가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성공 중에서도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019년 8월 오아시스호 크루즈 중 필자가 직접 찍은 프로머나이드
2019년 8월 오아시스호 크루즈 중 필자가 직접 찍은 아쿠아 극장에서의 쇼
2019년 8월 오아시스호 크루즈 중 필자가 직접 찍은 아쿠아 극장
2019년 8월 오아시스호 크루즈 중 필자가 직접 찍은 아쿠아 극장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오아시스네에는 첫째인 오아시스호 말고도, 둘째 얼루어호, 셋째 하모니호 그리고 막내 심포니호가 있다. 같은 설계도면으로 만든 선박들이라 선체, 내부의 큰 구조들은 거의가 비슷하지만 같은 엄마 배에서 태어나도 자기들만의 성격이 다 다르듯이 이 네 자매들도 자세히 살펴보자면 다른 점은 있다. 가장 큰 다른 점이라고 하면 브로드웨이 쇼라고 할 수 있는데,  오아시스호에는 캐츠(Cats), 얼루어호에는 맘마미아(Mamma Mia), 하모니호에는 그리스(Grease), 심포니호에는 헤어스프레이(Hair Spray)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둘째 얼루어호는 아무래도 첫째가 태어난 다음 해에 태어났기 때문에 가장 많이 닮았었다. 하지만 2019년 4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로열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은 오아시스호에게 10번째 생일 선물로 약 165만 달러 상당의 성형수술, 즉 리모델링을 해주었고,  하모니호와 심포니호의 시그니처라고 볼 수 있는 Ultimate Abyss (얼티메이트 에비스)라는 바다 위 45미터 높이에 있는 슬라이드와 제이미 이탈리안 레스토랑, 원더랜드 같은 특색 레스토랑도 이제는 오아시스호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11월 이후의 오아시스호는 셋째, 막내와 가장 많이 닮게 되었다. 즉 회춘한 셈이다.


11월 2차 리모델링, 수선을 마치고 난 후의 오아시스호의 모습, 로열캐리비안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혹시 여기서 얼루어호 혼자만 나이 들어가는 걸 슬퍼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 안 해도 된다. 로열캐리비안은 2020년 전까지 얼루어호에게는 약 천만 달러 상당의 메이크오버를 계획 중에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얼루어호 그녀의 변신이 기대된다.


이처럼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오아시스호에 여행의 삼박자를 제대로 갖춘 오아시스호에도 필자가 생각하는 단점은 있다. 바로 너무 바쁘다는 점이다. 크루즈 여행이라고 하면 대게는 느린 템포의 여행을 상상한다. 여유롭게 크루즈 안을 걸어 다니며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먼바다를 보며 덱체에 누워 조용히 책을 읽으며 휴식을 보내는 그런 상상 말이다. 오아시스호에서도 물론 찾아볼 수 있는 장면이긴 하지만, 템포가 조금 빠른 편이라 북적이는 리조트 안의 수영장? 정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단점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크루즈선의 사이즈가 큰 만큼, 다양한 액티비티를 담고 있고, 바쁘게 움직여야지만이 최대한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볼거리도 다양하지만, 특정 공연은 좌석수의 제한이 있어서 앱(App)을 통해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하거나, 긴 줄을 서야지만이 입장하고 관람할 수도 있다. 그러니 오아시스호를 여행하기지 전에는 미리 홈페이지, 유튜브와 같은 채널을 통해 미리 배의 구조나 프로그램을 보고 계획을 세우고 승선하는 것이 좋다.



현재(2020년 2월 기준) 오아시스호는 마이애미에 있다. 하이티, 자메이카, 멕시코, 푸에르토리코, 세인트 마틴 섬을 왔다 갔다 하며 동부 캐리비안, 서부 캐리비안 크루즈를 항해 중이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바르셀로나로 이동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를 도는 7박 8일 지중해 크루즈로 운항된다.


크루즈선안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오아시스호가 항해하는 기항지들도 굉장히 매력적이라 기항지에 도착했을 때 내리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아쉬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적으로는 오아시스호와 같은 대형 크루즈선으로 여행을 간다면 최소한 2항 차, 즉 7박 8일을 두 번 연속으로 타보는 것을 추천한다.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기항지에서도 시간을 보내고, 크루즈선 안에서도 다양한 즐길거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하겠지만 휴가기간을 길게 늘릴 수 있다면, 두 항자를 연속해서 타는 백투백 크루즈 (Back to Back Cruise)를 한 번은 시도해 보았으면 좋겠다. 크루즈를 충분히 즐기는 느낌일 것이다.


이 정도로 오아시스호에 대해 알고 난 후 13년 전 크루즈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오아시스호를 만날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해본다.  그리고 인생에서 꼭 한 번은 오아시스호를 만나볼 수 있길 바라본다.


로열캐리비안 인터내셔널 웹사이트


@Written by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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