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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온 Dec 05. 2020

나에게, 감사일기

마음의 100억을 확인하는 일

'감사일기'를 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감사일기'의 엄청난 효과를 보여주는 여러 유명인사들의 증언과 유튜브 영상이 넘쳐나고, 여세를 몰아 '감사일기 매일 쓰는 법'에 관한 책과 영상이 쏟아져 나오는 흐름에 맞추어, '감사일기 쓰기'를 중요한 하루의 일과로 여기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이러한 깨달음은 '받은 복을 세어보아라',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 구절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고, 성경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은 사람에게 유익한 것이라 여기기에, 매일 의지적으로 '감사'를 쓰는 일은 사람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하는 '복의 창구'가 되는 일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습관적으로 '감사일기'를 매일 쓰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러니, 매일 감사일기를 쓰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체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가끔 '감사 일기'가 쓰고 싶을 때 잠시 끄적거리며 쓰는 정도입니다. 제가 '감사 일기'를 쓰는 패턴을 보면, 마음에 약간의 불안정한 기운이 스밀 때 일기장을 펼친다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저에게 감사 일기는, 마음에 어떤 위기감이나 부담감, 불안감, 두려움 같은 것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내면을 엎어 다시 내가 가진 '복'을 세어 보고, 내 삶이 건재함을 확인하는 그런 '정리 작업' 같아요. 


마치 뒷마당에 100억을 묻어 둔 사람이, 수상한 사람들이 집 주변을 다녀갈 때마다, 땅 속의 돈이 건재한지 살펴보고 안심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감사일기를 처음 써보았던 날은 제 인생이 바닥을 치던 때였습니다. 내가 무너지지 않을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이었을 거예요. 사람이 불평하고 한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을 때입니다. 정말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필사적으로 삶을 털고 뒤져 붙잡고 버틸 무언가, '동아줄' 찾기에 전념하는 일 밖에 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그 순간 삶을 구원할 무언가는 '감사할 것'입니다. 엄청난 불행과 고통의 순간이지만, 한순간 한순간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힘 찾아내기, 한순간 한순간의 행복 쥐어짜기. 누군가에게는 그게 '감사 일기'를 쓰는 행위의 궁극적 목적일 수 있습니다.


제가 그때 찾은 '감사할 것'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태어서 건강하게 지내는 것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줄 수 있는 '내'가 있는 것
나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주고, 내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세워줄 '신'이 있는 것


감사할 것들을 찾고 보니, 이 세상에 문제 될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 모든 어른들이 야기한 고통과 혼란 속에서도 아이들이 건재한 것이 정말 세상 무엇보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감사함 속에서 내게 주어진 사명, 내가 맡아야 할 '부모'라는 역할을 마음 깊이 수용했습니다. 그때까지 문제라고 원망했던 모든 것들에 대해 마음이 풀렸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고 만족하는 중요한 일이 있으면 나머지 하찮은 일들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용서되고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법입니다.


 



오늘 아침, 한국에 있는 동생 가족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좀 위험한 상황이라, 조카를 어린이집에 더 이상 보내지 않기로  했으며,  동생도 '재택 근무령'을 받고 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어요. 


동생의 소식을 접하고, 코로나에 위협을 받고 있는 삶인 것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며, 마음에 긴장감이 몰려왔습니다. 


하나밖에 둘도 없는 동생 가족인데, 멀리 떨어져 사는 것도 안타까운데, 아프기라도 하면 어째...



걱정도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마음의 100억을 얼른 확인했습니다.


현재 모두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 감사해.

아이들이 기관에 가지 않아도 되고, 부모가 돌봐줄 수 있어서 감사해.

모두 직장에 가지 않고 재택근무할 수 있는 옵션이 있어서 감사해.

이런 날에 모두에게 안전한 피난처이자 안식처가 있어서 감사해.

우리 모두 내일 먹을 것, 입을 것을 걱정하는 삶이 아니어서 감사해.



마음이 편해지고 다시 동생과 농담을 주고받을 여유가 마음에 차오릅니다. 


확진자도 되지 말고, 확'찐'자도 되지 마셈. 홈트 필수!


동생과 올케, 나와, 엄마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단톡방


내가 매일 아침 신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글쓰기', '구독자와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 준 '브런치'가 있어서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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