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들은 창의적이다

창의성에 대하여

by 하트온

창의력의 시대


AI를 비롯한 엄청난 기술 발달이 날로 사람들을 기함시키고 주눅 들게 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더없이 인간만이 가진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 모두가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통찰력 있는 전문가들이 창의력, 창의성에 대해 정의 내리기를 시도한 바 있으며, 그러한 가설들을 바탕으로 학자들은 창의력을 관찰하고 측정할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 왔고, 그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교육자들은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학부모들은 내 아이 창의력을 가장 잘 키워줄 수 있는 기관과 방법을 찾아다닌다.


창의력을 중요시하고,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을 도모하는 일은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표절하더라도 결과물을 내고 보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와 같은 발상보다는, 나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의견을 내는 일을 장려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의력이 서열주의와 결합되면서, 어떤 아이가 더 창의력이 있다 없다 평가당하는 것을 보는 것이 나는 무척 불편하다.


가설 정의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일까? 창의력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는 새로운 생각과 시도를 해 내는 능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여러 가지 조건과 덕목을 덧붙이기도 하고, 복잡하게 분류해서 이야기도 하지만, 결국 핵심적 의미는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의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문제는 해석이다. 어떤 상황에서 새로운 생각을, 아이디어 시도를 빨리 해내는 아이가 1등 창의력을 가진 아이라고 보는 해석이 과연 옳을까? 그럴듯한 결과물을 빨리 보여주는 아이가 창의적이라고 하는 건 창의적인 과정을 이끌어 주지 못하고, 창의적인 태도를 익히지 못한 너무 성급한 어른들의 해석이 아닐까? 아이는 자라고 있고, 기술을 익히고 있고,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사고의 지경을 넓히는 발달 과정 중에 있다는 것을 간과한 어른들의 어리석은 판단이 아닐까?



모든 아이들이 창의적이다.


과학자이자 교육자로서, 그리고 창조적인 신의 형상을 따라 인간이 창조되었다고 믿는 신본주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서, 나는 모든 아이들이 이미 창의적이며, 엄청난 창의성, 창의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다.


다만, 사람의 성격이 다양하듯이, 창의성도 다양하고,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성격을 놓고 줄 세워 어떤 성격이 가장 좋은 성격이다라고 말할 수 없듯이, 창의성도 어떤 특정 상황과 순간에 특정 방식으로 표현되는 창의성이 가장 높은 창의력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이 내는 가시적인 결과물 - 그림이나 만들기, 말하기, 노래하기 같은 - 을 바탕으로 창의력을 측정하려 든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의 창의력은 어릴 때 쉽게 드러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어릴 땐 평범한 아이인 듯했는데, 커서 훌륭한 작사 작곡을 하는 사람도 있고, 평범한 애 엄마가 어느 날 써낸 글이 문학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도 한다. 컴퓨터 코딩을 배우고 나서야 창의력을 실컷 펼치게 되는 사람도 있고, 바느질에 한참 익숙해지고 나서 창의력을 표출하는 사람도 있다. 창의성을 표현할 수 있기까지 기술을 연마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분야도 있다. 어떤 창의성은 눈에 금방 띄지 않을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오랫동안 모를 수도 있다. 때론, 죽고 나서야 그것이 진가를 발휘하게 되는 경우마저 있다.


그러니, 누가 누구보다 더 창의력이 있다고, 없다고, 함부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부모라면 아직 보이는 것이 없는 것 같아도, 내 아이가 엄청난 잠재력의 소유자라고 믿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얼마나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고 준비하고 있기에 아직 보이는 것이 없단 말인가! 혹시 아이의 창의력을 표현할 도구 지원을 게을리 한 건 아닌지, 아이의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을 억압한 적은 없는지, 아이의 필요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뿐이다.



창의력을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은 과감하고, 기발하다. 내가 만난 아이 중에 창의적이지 않다고 느껴지는 아이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모두가 각자의 성격과 성향을 따라 창의적이다. 그렇게 창의적이었던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공부에 강요당하기 시작하며 창의력이 확 죽어 버리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 틈에서 줄 세우기를 당하고, 정해져 있는 정답 찾아내기 활동만을 열심히 하다 보니, 보편성을 벗어나는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장려되지도 않는다.


기발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내도,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빨리 진도 빼야 하는데 방해된다고 하는 사람들에 막혀, 공부만 해도 바쁜데 왜 그런 쓸데 없는 일에 시간 낭비를 하느냐는 비난에 억압 당해, 매끄러운 결과물만 바라고 거친 초안을 거절하는 사람들에 의해, 생각은 나아갈 수 없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내고 진행시키는 일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자신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끈질긴 노력과 결합시켜 큰 내공을 가진 창의력으로 끌어올리는 과정과 태도를 배우고 발전시키지 못하게 된다. 공부하고 대학 가기 바빠,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는 세상이라고, 세상이 바라고 원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착한 아이들은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창의력이 높은 아이와 낮은 아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이라는 불씨가 기관과 어른, 사회에 의해 완전히 죽어버린 아이와, 아직 살아 활활 타는 아이가 있을 뿐이다. 내가 부모로서 할 일은, 이 불씨를 살려내고 또 살려내는 일이다. 부모가 불씨를 지키고 살리기로 마음먹는 한, 어느 누구도 아이의 창의성 불씨를 함부로 꺼뜨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