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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쟤쟤 Apr 27. 2023

웰컴 투 와하까

와하까(1) - 멕시코의 전주, 와하까



D+11


와하까(Oaxaca)는 우리나라의 전주 같은 곳으로 멕시코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특색 있는 곳이다. 와하깐 음식(oaxacan cuisine)은 멕시코 전역에서 유명할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와하칸 식당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으며, 와하까 근교의 이에르베 델 아구아(Hierve del agua)는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와하까로 가면 마야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지금까지 여행했던 북서부에 비해 멕시코 전통적인 모습이 많이 남아있으며, 물가 또한 저렴하다.


푸에블라에서 와하까까지는 무려 6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오전에 푸에블라에서 식사를 마치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이번 멕시코 여행동선. 6시간 이동으로 나름 장기이동에 속하는 푸에블라-와하까 구간이다.


멕시코에는 ADO, primera plus, futura 등 여러 고속버스 회사가 있다. 오늘은 AU 고속버스를 탔는데, ADO와 primera plus보다는 저렴한 가격인데도 좌석 간격도 괜찮고 생각보다 편하다. 버스에 타고 한 가지 웃겼던 게 있었는데, 올바른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문구 밑에 있던 그림이었다.(아래 2번째 사진) 누가 마스크를 머리에 쓰고 있나 웃겨서 수빈이와 껄껄 웃었다.


우리가 타고갔던 와하까행 AU버스와 황당한 마스크 착용그림


사막 같은 고원과 줄줄이 늘어서있는 선인장을 6시간 동안 구경하다 보면 와하까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같이 버스를 탔던 멕시코 아저씨가 우리를 도와줘서 택시비 바가지를 안 쓰고 무사히 호텔에 도착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진짜 친절한데, 뭘 물어보면 곱절로 친절하게 대응해 준다. 어머니를 보기 위해 와하까에 방문했다는 이 아저씨도 손수 택시를 잡아 기사님한테 요금을 확인해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도착한 숙소는 1박에 2인 기준 5만 원 정도 하는 숙소로, 약간 낡았지만 객실도 넓고 공용주방과 루프탑도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한 게 있는데, 와하까는 멕시코 중부에 있어 별로 안 더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3월 중순에도 낮에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더웠다. 우리가 잡은 숙소는 안타깝게도 에어컨이 없었기 때문에, 후덥지근한 날씨를 견뎌야 했다. 


그래도 저녁에 루프탑에서 바라보는 와하까는 나름 감성적이었고, 우리는 햇반과 라면을 먹은 후 루프탑에 올라가서 맥주 한 잔 하며 와하까 첫째 날을 마무리했다.


와하까 숙소 루프탑과 코로나 맥주. 멕시코에서 원없이 마셨다.



D+12


아침을 먹은 후 우리는 산책할 겸 와하까 데에트노보타니코 식물원(Jardín Etnobotánico de Oaxaca)으로 갔다. 들어가 보니 개인적으로 식물원을 돌아볼 수는 없고 무조건 투어로 다녀야 하는데, 영어투어는 11시고 스페인어 투어는 9시 반이라고 했다. '뭐 식물 보는데 설명들을 필요는 없겠지'하며 빠른 시간대인 스페인어 투어를 신청했다. 


내 예상과 다르게, 식물원은 의외로 볼거리가 많았다. 이국적인 선인장들이 한 데 모여있었고, 야외에 산책로처럼 선인장이 줄지어 있었기 때문에 포토스팟이 종종 있었다. 게다가 식물학 박사님 포스의 가이드분이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는 건 내 예상외로 재미있었다. 스페인어 능력자 수빈이의 도움으로 나도 설명을 이해해 흥미롭게 투어에 임할 수 있었다.


왕 큰 선인장들과 나. 내가 쓴 모자는 식물원에서 무료 대여해주는데, 와하까 햇살이 너무 뜨거워 꼭 빌려야 한다.


식물원 투어를 마친 후, 와하까 센트로 쪽으로 걸어가며 거리 구경을 했다. 와하까는 한국의 전주 같은 느낌이 물씬 났는데, 골목골목마다 소규모 시장이 열리고 있었고 심심찮게 수공예 장인들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3천 원짜리 헤나를 하며 저렴한 물가를 만끽했다.


그렇게 소깔로 광장에 가면 옷을 한 아름 들고 다니는 마야족 아주머니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와하까는 멕시코에서 경제 수준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Dinero!(돈!)'을 외치며 구걸하거나 자기가 그린 그림을 땅바닥에서 파는 어린이, 그리고 이렇게 옷을 들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마야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국적이지만 여러모로 씁쓸하긴 하다.


내가 한 헤나(1)와 심장모양을 조각해 특이했던 한 가판대(2). 돌아다니며 옷을 파는 마야족 아주머니들(3)



센트로 구경을 한 후 출출했던 우리는 시장거리 구경을 하다가 초콜릿 전문점 마요르도모(Mayordomo)로 갔다. 멕시코는 카카오의 생산지이자 초콜릿의 탄생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초콜릿 음료와 요리도 많고, 마요르도모 같은 초콜릿 전문점이 많다. 다만 멕시코 초콜릿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초콜릿과는 약간 다른데 초콜릿에 팔각 같은 여러 재료를 첨가해 맛이 독특하다. 나는 입맛에 잘 맞았으나 정통 초콜릿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약간 당황할 수 있다.


우리는 마요르도모에서 초콜릿 음료, 데낄라가 들어간 초콜릿 음료, 빵을 시켰다. 데낄라가 들어간 음료가 제일 맛있었고 빵도 퍽퍽하면서 먹는 맛이 있었다.


우리가 시킨 음료들과 빵. 이게 멕시코 인심인가 싶을정도로 음료가 완전 많이 나온다.


그리고 낮에 돌아다니려다가 1시간 만에 우리는 와하까 더위에 거의 탈진했다. 와하까 3월의 날씨는 우리나라 7~8월 날씨인 데다가 태양이 미친 듯이 뜨거워서, 낮 1~4시 사이에는 밖에 안 나가는 게 답이다. 그걸 이제 막 깨달은 우리는 숙소에 들어가 선풍기바람 앞에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충전한 후, 5시에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우리가 찾은 곳은 멕시칸 식당 El Destilado로, 약간 가격대가 있으나 와하까에서 먹었던 요리 중 가장 맛있었던 곳이었다. 우리는 그다지 배가 안 고파 타코와 과카몰레, 칵테일 2잔을 시켰고 음식과 술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과카몰레와 함께 나온 치차론(chicharon, 돼지 껍데기를 튀긴 것)이 일품이었는데, 치차론을 과카몰레에 찍어먹으니 극락이 따로 없었다. 


우리가 식사를 하던 도중 갑자기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멕시코에 동양인이 얼마 없어서 신기했던 모양인지,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하니 한국어 욕을 알려달라고 하더라. 옆에 있었던 수빈이가 '바보', '멍청이' 등 한국욕을 알려주고 직원이 바로 따라 하니 웃음이 나왔다. 


"나는 스페인어로 뿌따(puta) 밖에 모르는데.."


이 말을 하자마자 뒤에 있었던 직원 6명 정도가 빵 터졌다. 난 한국어로 수빈이한테 말한 건데, 저 puta라는 말은 귀신같이 알아들었나 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puta는 의외로 긍정적인 뜻도 있어서 문맥에 따라 다르겠지만 puta madre(뿌따 마드레)라고 하면 '완전 끝내준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이후, 나는 tonto, chinga 등 여러 욕들을 알게 된다.)


식당 바(1)와 내가 시킨 칵테일, 타코, 치차론과 과카몰레.


저녁을 먹은 후 우리는 와하까에서의 긴 밤을 보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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