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블라 & 촐룰라 -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피라미드와 화산
이전에도 얘기했듯이 멕시코는 땅덩이가 매우 넓기 때문에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기본 3시간, 많게는 12시간도 넘는 이동시간을 잘 견디기 위해 여행계획을 짤 때 중간에 경유지로 몇 개 껴놓은 도시가 있는데, 그 도시 중 하나가 푸에블라(Puebla)였다.
보통 푸에블라(Puebla)는 멕시코시티에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당일치기로 가거나 1박만 하고 오는 경우가 많으나, 나는 컨디션 관리를 위해 2박을 잡았다. 그리고 뜻밖에도 푸에블라와 그 옆에 있는 도시 촐룰라(Cholula)에 가게 된다.
D+10
어제저녁에 똘란똥꼬에서 장장 3번 경유해 도착해 푸에블라. 오자마자 뻗었던 우리는 푸에블라 에어비앤비 주인아주머니가 추천해 주신 음식점 El balcon으로 갔다. 여기는 내가 꼽는 멕시코 3대 인생맛집 중 1개로(다른 두 곳은 이전에 소개한 멕시코시티의 곱창타코집이고 다른 한 곳은 바깔라르에 있다.) 2박 3일 푸에블라 일정 중 2번을 갔다. 여기는 멕시코의 육개장 같은 느낌인 포솔레(pozole) 맛집으로, 포솔레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 소개된 적도 있다. 포솔레를 시키면 옆에 또르띠야도 같이 주는데, 국밥에 밥 말아먹듯이 또르띠야를 잘게 쪼개서 포솔레에 말아먹는 게 별미다. 아, 그리고 포솔레는 개인 취향일 수도 있지만 rojo(빨간 국물)이 제일 맛있다.
역시 현지인 픽은 틀리지 않았다며 우리는 와구와구 먹었다. 그리고 멕시칸 스타일의 커피인 카페 데 오야(café de olla)와 아똘레(atole)도 시켰는데, 카페 데 오야는 커피에 설탕을 타 달달한 맛이 나고 아똘레는 핫초코라기에는 엄청 되직한 '초콜릿 국'이다(참고로 멕시코는 초콜릿으로 유명하다. 이 다다음 편에 나올 멕시코 음식 시리즈에서 소개 예정). 이때 먹었던 아똘레가 정말이지 맛있어서 이후 다른 식당에 가서 아똘레를 시켰는데 이 맛이 안 났다. 그리고 음료를 시키면 서비스로 빵 2개를 고를 수 있는데, 우리는 멕시코 스타일의 소보루빵과 페스츄리빵을 골랐고 둘 다 꿀맛이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낸 후 푸에블라의 센트로로 향했다. 센트로 앞 PUEBLA 글씨 앞에서 사진을 한 방 찍고, 어디를 시티투어버스인 Turibus를 타기 위해 버스가 줄지어 서져 있는 도로로 가서 한 기사님한테 물어보니 이 버스는 시티투어 버스가 아니라 푸에블라 옆 마을인 촐룰라에 간다고 했다. 거리는 40분이 걸리고 요금은 한 100페소 언저리로 굉장히 저렴했다. 그렇게 우리는 예상치 못하게 푸에블라가 아닌 촐룰라 관광을 시작했다.
그렇게 촐룰라로 가는 와중 길거리를 구경하며 신기한 것들을 몇 가지 봤다. 도로에 풍선을 달고 가는 차행렬이 있었는데, 차에 탄 애기들이 날개 달린 꼬까옷을 입고 창문을 연 채 우리한테 인사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봄의 축제인 Reyes de la primavera로, 멕시코의 어린이날이었다. 애기들이 우리한테 손을 흔들고 가는 걸 한참 구경하다가 옆에 보니 대마가게와 성인용품점이 붙어있었다. 멕시코는 마리화나에 관대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이전 광경과 대비되는 모습 또한 눈에 담았다.
그리고 촐룰라에 도착했다. 촐룰라는 푸에블라보다 더 시골느낌이었다. 바로 위키백과에서 찾아보니 푸에블라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지만 촐룰라는 낙농업으로 유명한 도시라고 했다. 안 그래도 마을 주변에서 과일채소와 치즈를 파는 상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촐룰라 관광버스는 총 3곳의 성당을 데리고 갔는데, 그중 소개할 만한 곳은 두 번째로 간 프란시스코 아카테펙 성당(San Francisco Acatepec)이었다. 스페인 점령기를 거친 멕시코는 유럽과는 이질적인 성당양식을 가지고 있는데, 특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1) 고딕양식이며, (2) 유럽성당보다 내부가 과하게 '금칠'되어있고, (3) 성당 내부 장식에서 멕시코 원주민이 조각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성당은 성당 전면이 타일로 조각되었을 정도로 장식적이었고, 내부는 금으로 장식되어 외부보다 더 화려했고, 그 와중 멕시코 원주민의 흔적이 보이는 장식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식민지배를 부정적으로 보나, 의외로 멕시코 사람들은 스페인의 지배를 그리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멕시코의 도시들 중 몇 곳을 '전형적인 콜로니얼(colonial) 도시'이라고 일컫기도 하며, 스페인으로 인해 발전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점령기가 길기 때문일까, 멕시코는 고대 문명에 대한 자부심도 엄청나나 스페인 지배에 대해 나름 긍정적인 게 신기했다.
그렇게 성당 세 곳을 본 후, 약 3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에어비앤비 주인분이 추천해 준 곳인 La Casa de Frida라는 식당을 갔다. 그리고 우리는 멕시코에서 가장 맛이 아리송(?)하기로 유명한 음식인 몰레(Mole)이다. 몰레는 초콜릿, 고추, 참깨, 아몬드, 계피 등 여러 음식을 갈아(mole)만든 음식으로, 우리나라의 된장같이 멕시코의 국민 음식이다. 몰레에는 초콜릿이 들어가는데, 약간 짜면서 단 맛의 하이라이스 소스를 닭고기에 찍어 먹는 맛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나중에 멕시코에서 교환학생하는 친구가 소개해주길 몰레는 엄청 다양한 종류가 있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초콜릿이 들어간 것뿐만 아니라 데리야끼 맛 등 다양한 맛이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내 입맛에 완전히는 맞지 않았고, 이 식당 특제요리인 sopa azul(푸른 수프)가 내 스타일이었다. 이름만 파란 수프이지 실제로는 빨간색이고, 맛은 닭죽맛이었다. 수프에 동동 떠 있는 두부 같은 건 사실 치즈로 의외로 국물과 잘 어울렸다. 몰레를 접하기에도 좋고, 음식도 맛있기 때문에 가격대가 좀 있는 식당이지만 추천한다.
그렇게 밥을 먹고 우리는 남은 시간 동안 촐룰라의 하이라이트인 피라미드에 가기로 했다. 사실 우리는 촐룰라에 피라미드가 있는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촐룰라 피라미드가 세계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라고 한다. 피라미드기단의 너비가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의 약 두 배라니, 이런 건 가줘야 한다.
그렇게 피라미드에 도착했고, 내가 예상과는 살짝 다른 피라미드의 모습을 마주했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피라미드의 온전한 모습보다는 피라미드의 흔적 위주로 볼 수 있었고, 피라미드 위에는 뜬금없이 성당이 세워져 있었다. 알고 보니 스페인 정복자가 점령 후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피라미드 위에 성당을 지었다고 한다. 촐룰라도 그런 도시 중 한 곳이었고, 그래서 피라미드 위에 성당이 있는 신기하지만 씁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곳은 스페인 정복시기 불타 없어졌으나 촐룰라는 다행히도 보존이 잘 된 편이고, 촐룰라 역사지구는 푸에블라와 함께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시간도 없고 날씨도 30도로 육박해 경치만 구경하고 다시 버스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옆으로 오는데 갑자기 보이는 피라미드와 그 위를 올라가는 사람들. 아 내가 아까 봤던 건 피라미드가 아닌 고대 유적지 일부였고, 실제 피라미드는 여기였다는 걸 깨달았다. 내 성격상 높은 곳은 올라가 줘야 했기에 나는 동행친구를 밑에 둔 채 빠른 속도로 피라미드를 올라갔다. 그리고 올라가 해방감을 느끼며 경치를 구경하는데, 저편에 화산이 보였다.
아니 화산이 갑자기 왜 여기서 나와. 갑자기 튀어나온 화산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렇게 화산을 가까이에서 본 것도 처음이라 신기했다. 성당부터 피라미드, 화산까지. 멕시코의 소도시에서 볼 수 있는 광경치고는 너무나 고퀄리티 아닌가.
메인 여행지 푸에블라보다 좋았을 정도로 뜻하지 않았던 여행지 촐룰라, 멕시코에 간다면 한 번쯤 가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