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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Feb 19. 2024

발효의 맛 / 권분자

짧고 긴 사유

  

                                         


발효의 맛


권분자


      

하이에나가 흘린 마른 침을 우려내면 이러할까. 그 야수성에 내 혀끝이 발기를 할까?    

 

어느 명문가 선산, 차가운 비탈에서 짧은 생애 마감한 흙빛 시신이 발굴되었다. 

뚜렷한 외상(外傷)이 없다며 인류학자들은 탄소측정법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신체발달 지수로 보아서는 어린 아이로 판명되었다. 

장출혈과 폐에 고인 피의 흔적이 있어 현대 의학자들은 사망 원인을 천연두로 진단했다.   

  

맛과 향이 좋다는 보이차를 앞에 놓고 흰 다기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그때 슬며시 말아 쥔 주먹을 펴는데.....

야성의 맛에 내 혀끝이 뜨거웠다.


500년 전, 속적삼에 스민 그 향기를 내 살 냄새가 닮아간다면,  

몇 백 년 후에나 꺼내어질 내 몸은 상처의 향이 물씬한 찻잎이 되어있을까. 


고산지대를 헤매는 것과 다름없는 내 삶 또한 오랜 시간이 흘러간 뒤에도 

누군가가 내 몸에 혀를 댈 때면 잠자던 하이에나로 벌떡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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