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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Feb 12. 2024

터, 배자못 / 권 분자

짧고 긴 사유

다시 낚는 붕어


권 분자   

 

 

<배자못 길> 도로 명 표지판이 푸릇하게 허공에 걸려있다. 

은빛으로 덧칠된 도료명 이름표가 햇살에 비춰져 비늘처럼 반짝인다. 

월척붕어 튀어오른 표지판 아래를 지나가면 

온통 도로가 수면인 듯 달빛 또한 환하게 내려앉았다.

<배자못>에 수초처럼 자란 아파트 905호에 살고 있는 나는 

물살을 온몸으로 휘돌아 나오다가 

웅숭깊던 젊은 날의 열정과 만난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청춘의 경계에서 

외고집 낚싯대로 다가가면  끈질긴 기억 한 자락 만날 수 있다. 


물컹함을 다져서 메우면 식물이 자랄까요? 고층 아파트 갈대처럼 설까요?

물고기처럼 지느러미를 흔들고 싶어지네요. 


식물이 자라다가 고층아파트가 갈대처럼 서있는 지금의 풍경을 

배란다에 서서 바라보다가 문득, 

관절이 녹스는 방에서는 

촘촘한 비늘붕어를 꿈꾼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대는 수몰된 나를 낚아낼 수 있을까요? 내 어혈까지 낚아주면 안될까요?

지느러미를 흔들며 이리저리 헤집는 수초의 틈이 너무 빽빽해요. 그래서 자꾸만 몸이 끼여요. 


젊은 날 그대와 나의 몸에 스민 사과탄 냄새 풍겨나는 그 기억의 터에

지금껏 외고집 낚싯대로 머물고 있는 나는

 여전히 붕어인 그대를 

결국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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