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긴 사유
서가<書架>에 꽂힌 책 중에 가장 무거운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쇠붙이가 달린
비단 표지에서 눈을 뗄 수 없을 때
고리를 당겨 나타난 그곳은
백 년 전의 그곳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수다를 떨거나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무작정 먹어댈 때와는 다른
산전수전 다 겪은 누군가를 만나
잠시 쉬어갈수 있는
거기엔 금호강이 있다
다시 가고 싶은
나만 알고 있을 듯한
큰 나무 그늘이 있는
한 나절 쯤은 걸어야 갈 수 있는
오늘의 벤치에 앉은 나
잡생각의 꼬리를 어떻게 끊어야 할지
그래요 당신도 당신만 아는
숨겨진 장소가 필요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