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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플라워 / 권분자

짧고 긴 사유

by 권작가
드라이플라워.jpg


드라이플라워


권분자



한 다발 꽃 사 들고 찾아온 옛 친구는

어디서 뭐하고 지낼까


1980년대의 슬픔이 천박하다고 통쾌하게 웃어젖히던 친구는

지워버리고 싶은 일을 당당하게 내보이는 솔직함이 돋보이던 친구는

내 소설에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기 좋은 전략


네가 기억하는 그대로를 나도 기억할까?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를 너도 기억하니?


우린 어쩜 넌지시 상처를 떠보는 것일지도 모르고

그때를 깔깔거리며 먼지탑이 된 꽃의 다발을 허물고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모순투성이 낡은 티셔츠는 친근하게

알록달록 얼룩은 촌스러운 색깔을 주저하지 않는다면서

1980년대 속의 너는 나를 베끼고 나는 너를 베껴 쓴다


밝고 강하고 센 꽃다발 속 꽃이라 부르는

그것들은 이미 바싹 말라가면서

중력 잃은 2024년의 오늘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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