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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붙이기 /권분자

짧고 긴 사유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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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붙이기


권분자


1


백세를 절반으로 꺾은 동창생들

다들 이모작 이야기다


탱자가 귤, 찔레가 장미, 머루가 포도, 박이 수박이 된 그들

작고 야물고 시고 떫던 야성이

아프고 슬프고 찌든 과거가

돌연변이 앞에서는

하소연도 달짝지근하다


나이보다 더 깊은 주름

보톡스 주사로 애써 지워낸 흔적에도

말할 때마다 비틀리는 얼굴은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는 증거다


마무리는

감씨 심은 자리에 떡 하니 솟는 고욤나무

강인한 자식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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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매이지만

생각 다른 동생과

반대로 일어나는 마음 베어

접붙여 다니다가 알게 된

어릴 적의 싹수

언니 얼굴에서는 아버지가

동생 얼굴에서는 어머니가

한 바탕의 두 싹수가

옳으니 그르니

왈가왈부(曰可曰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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