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긴 사유
1
백세를 절반으로 꺾은 동창생들
다들 이모작 이야기다
탱자가 귤, 찔레가 장미, 머루가 포도, 박이 수박이 된 그들
작고 야물고 시고 떫던 야성이
아프고 슬프고 찌든 과거가
돌연변이 앞에서는
하소연도 달짝지근하다
나이보다 더 깊은 주름
보톡스 주사로 애써 지워낸 흔적에도
말할 때마다 비틀리는 얼굴은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는 증거다
마무리는
감씨 심은 자리에 떡 하니 솟는 고욤나무
강인한 자식 자랑이다
2
자매이지만
생각 다른 동생과
반대로 일어나는 마음 베어
접붙여 다니다가 알게 된
어릴 적의 싹수
언니 얼굴에서는 아버지가
동생 얼굴에서는 어머니가
한 바탕의 두 싹수가
옳으니 그르니
왈가왈부(曰可曰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