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긴 사유
시크라멘 꽃잎이 벌린 것은
성애 낀 이층집 창문이다
차가운 소란이 시크라멘의 외눈 렌즈에 닿아
밤새 미소인 듯 켜둔 가로등은
뜬 눈으로 꺽이는 골목 살피더니
푸른 즙낭에 가려져 있던 슬픔을
찰칵찰칵 토해 놓는다
갇혀있다는 갈증이
철거 기다리는 상가 간판에 닿아도
거실 티비 사랑과 이별을 다룬
드라마는 혼자 클라이막스에 이른다
뭐! 엇갈림은 운명이라고?
유리창 몽글몽글 수증기 핑계를 대지만
창 밖 말라버린 은사시 이파리들은
몸 속 비어있는 부분이 너무 크다 한다
수직끼리 만난 길의 모퉁이는 악성코드
CCTV가 비추지 못하는 모서리로
뒷태를 감추는 여자는
발정기 놓쳐버린 고양이 같다 해야하나!
예고도 없이 꽃잎 벙그는 찰나에도
수시로 바뀌는게 운명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