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긴 사유
재건축 협상마냥 여러 병원을 다녔던 엄마의 정형외과 수술은
저층 아파트처럼 처절히 무너졌다.
수술부위 덧난 엄마가 바라보는
무너진 아파트 공사장에는
가림막 사이로 짓눌린 장미넝쿨이
꽃잎 벌겋게 피 흘리고 있다.
다리를 끌며 걷는 엄마를 부축해 재활치료실 가는 길가
관절 맞물린 마디풀이 우쭐우쭐
새파랗게 웃자라 있다.
비워진 아파트 같이 황량한 엄마의 뼈 속에
친구로 남은 지병들
통증에 일그러진 엄마는 병원 병상에 누워
오늘도 리모델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