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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Aug 05. 2024

능소화 / 권분자

짧고 긴 사유

   

     능소화     


권분자


     

7월 장맛비 소리

이 난폭한 세계에서는

삶이 얼마나 하찮게 망가지고 있는가를

운명을 빌어 말하고 싶었다   

  

다부지게 맞서지 못하는 심약한 마음이

어쩌면 내 결핍이

이파리 속에 나를 숨겨주었지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때 

창백하게 질린 볼 위로 말간 눈물이 흘러내릴 때까지

맨 밑바닥에서부터 가느다란 떨림이 일어날 때까지 

바보처럼 우는거지   

  

맥없이 떨리는 무릎을 가누고

비로소 왈칵 솓아내는 눈물

뜨거웠다그 가파른 길

댕강댕강 내려오면서 식어가겠지 

    

얻을 것도 간직할 것도 없는

이 허황한 울대가 뇌까리지

더 이상 헤맬 일도 없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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