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긴 사유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브이알를 쓰기로 한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다
음식을 양으로 먹는 나에게
맛있게 먹는 게 좋은 거라고
브이알이 충고를 한다
너무 잘아서 보잘 것 없는, 그래서 무시했던,
그 세세한 일들은 현실이 아니라고
브이알속에 나타난 나에게 충고를 하지
장소, 분위기, 모든 게 다 어우러져야
세상은 더 맛있어지고
번거로움 다 끊고 들어온
여기가 절간 인 듯
수많은 가르침들이
눈앞에 피우는
한 송이 연꽃
시작노트
현실을 외면하고 싶을 땐 브이알를 쓰고 싶어진다. 브이알은 곧 연못이다.
모든 걸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고 싶었다.
또한 음식도 양으로 먹는 나에게 맛있게 먹는 게 더 좋은 거라고,
연못은 넓은 세상을 축소해서 보여준다.
축소해서 살면 더 알차다는 브이알의 생각을 따라 연못을 탐색해보는데
너무 잘아서 보잘 것 없는, 그래서 무시했던, 그 세세한 것들
그것들은 결코 현실이 아니라고
나는 연못에게 도리어 충고를 했지만,
연못은 장소, 분위기, 모든 게 어우러져야
세상은 더 맛있어진다며
번거로움 다 끊고 들어온
여기가 바로 절간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수많은 가르침으로 물풀과 연꽃을 피워놓아
내 눈앞에는 축고된 세상이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