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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작가 Aug 17. 2024

재난, 예고된 / 권분자

짧은 단상 시


재난, 예고된


권분자

 


오랜 무직 노인이

먹고 마시는 먹방에 들어갔다면

제대로 되찾은 직업이랄 수 있나

 

혈관에서 쓰레기가 넘쳐날수록

좋아요. 구독은 이성을 잃었다할 수밖에

 

진종일 틀어박혀 열심히 먹은 대가는

역류한 하수에 날아가는 맨홀 뚜껑

 

체중계 숫자를 외면하는 노령

언제 쯤 돌아갈 수 있을까

 

배고파 바지 헐렁하던 시절로




<시작노트> 

 

  코로나가 감기로 취급되었고 

실내 마스크도 헤지되었으니 

일상이 예전처럼 돌아가는 걸까. 


봉쇄기간 동안 내가 알던 나이 든 여자가 

유튜브의 먹방을 개설했다. 


오래도록 무직에다가 신진대사 떨어진 몸인데 

먹고 마시는 일을 한다면 제대로 되찾은 직업이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마에, 태풍에, 막힌 하수구 탓에 물이 거리에 넘쳐났었다. 

지하주차장에서, 하수구로 빨려든 인재들… 

그렇듯

  노인의 혈관에도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좋아요. 구독에만 집착하면?

먹방을 개설한 나이 든 여자는 이성을 잃고

진종일 틀어박혀 열심히 먹은 대가는 

역류한 하수에 맨홀 뚜껑처럼 생긴 체중계의 무게…

 

숫자를 외면하는 노인, 언제 쯤 

차라리 배고파 바지 헐렁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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