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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예고된 / 권분자

짧은 단상 시

by 권작가
먹방.jpg


재난, 예고된


권분자



오랜 무직 노인이

먹고 마시는 먹방에 들어갔다면

제대로 되찾은 직업이랄 수 있나


혈관에서 쓰레기가 넘쳐날수록

좋아요. 구독은 이성을 잃었다할 수밖에


진종일 틀어박혀 열심히 먹은 대가는

역류한 하수에 날아가는 맨홀 뚜껑


체중계 숫자를 외면하는 노령

언제 쯤 돌아갈 수 있을까


배고파 바지 헐렁하던 시절로




<시작노트>


코로나가 감기로 취급되었고

실내 마스크도 헤지되었으니

일상이 예전처럼 돌아가는 걸까.


봉쇄기간 동안 내가 알던 나이 든 여자가

유튜브의 먹방을 개설했다.


오래도록 무직에다가 신진대사 떨어진 몸인데

먹고 마시는 일을 한다면 제대로 되찾은 직업이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마에, 태풍에, 막힌 하수구 탓에 물이 거리에 넘쳐났었다.

지하주차장에서, 하수구로 빨려든 인재들…

그렇듯

노인의 혈관에도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좋아요. 구독에만 집착하면?

먹방을 개설한 나이 든 여자는 이성을 잃고

진종일 틀어박혀 열심히 먹은 대가는

역류한 하수에 맨홀 뚜껑처럼 생긴 체중계의 무게…


숫자를 외면하는 노인, 언제 쯤

차라리 배고파 바지 헐렁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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