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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쓸쓸한 전원주택을 떠나 여행을 하고 싶었던 나에게
때마침, 고드름 발톱에 눈꽃이 눈부시게 피었다고
나보다 더 산골짜기에서 민박집을 하는 여자가
꽃잎을 눌러 붙인 초대장을 보내왔다
눈이 피운 꽃은 빙산의 크레파스를 닮아서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그녀가
자신의 전 재산인 집이
혹시 빈집으로 방치 되어
문짝들이 녹슬까 봐 두려워
예순이 다 되도록 시집을 못 갔다고 속삭일 때면
오래 비워놓느라 채워놓은 자물쇠 구멍 속 같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젊은 날은
너무 완벽해서 똥도 버릴 것 없다고 소문났었는데…
왜 그런 그녀에게 평생 나비와 벌이 찾지 않았을까 하는 나의 추측에는
아마도 눈꽃을 닮았기 때문은 아닐지…
그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천천히 모래를 깔고 있는 제설차 뒤를 따라가던 나는
주머니 속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내가 없는 나의 빈집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발이 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