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29 댓글 7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회귀回歸 / 권분자

산문

by 권작가 Mar 06.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겨울 민박집 


권 분자 

         


쓸쓸한 전원주택을 떠나 여행을 하고 싶었던 나에게 

때마침, 고드름 발톱에 눈꽃이 눈부시게 피었다고

나보다 더 산골짜기에서 민박집을 하는 여자가 

꽃잎을 눌러 붙인 초대장을 보내왔다    

       

눈이 피운 꽃은 빙산의 크레파스를 닮아서 깊이를 알 수 없다는 그녀가

자신의 전 재산인 집이 

혹시 빈집으로 방치 되어 

문짝들이 녹슬까 봐 두려워 

예순이 다 되도록 시집을 못 갔다고 속삭일 때면

오래 비워놓느라 채워놓은 자물쇠 구멍 속 같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젊은 날은

너무 완벽해서 똥도 버릴 것 없다고 소문났었는데… 

왜 그런 그녀에게 평생 나비와 벌이 찾지 않았을까 하는 나의 추측에는 

아마도 눈꽃을 닮았기 때문은 아닐지…  

       

그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천천히 모래를 깔고 있는 제설차 뒤를 따라가던 나는 

주머니 속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내가 없는 나의 빈집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발이 시렸다











이전 17화 구멍을 보다 / 권분자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