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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뼛속에도 눈이 내린다는 것을
방사선과를 나오다가 알았다
의사가 짚어내는 골다공증
형광 탐지기 끝에서 날아오르던 눈이
저무는 봄날의 꽃잎이 되는 것을 보았다
길도 없는 눈길을 걸어온 내가
보도블럭에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어두운 산기슭도 구릉도
지금쯤 눈이 내리고 있겠지
쌓인 눈 위에 찔끔 싸 놓은 산짐승 방뇨의 냄새가
밑창 닳은 신발 안쪽에 가득 할 때
누가 버리고 간 꽃브로치가 밟혔다
뼛속의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는 꽃
아그작 아그작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