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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을 보다 / 권분자

산문

by 권작가 Feb 20. 2025


구멍을 보다


권분자


     

뼛속에도 눈이 내린다는 것을

방사선과를 나오다가 알았다

의사가 짚어내는 골다공증

형광 탐지기 끝에서 날아오르던 눈이

저무는 봄날의 꽃잎이 되는 것을 보았다

길도 없는 눈길을 걸어온 내가

보도블럭에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어두운 산기슭도 구릉도

지금쯤 눈이 내리고 있겠지

쌓인 눈 위에 찔끔 싸 놓은 산짐승 방뇨의 냄새가

밑창 닳은 신발 안쪽에 가득 할 때

누가 버리고 간 꽃브로치가 밟혔다

뼛속의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는 꽃

아그작 아그작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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