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내놓은 과일바구니를 기웃거리는
이웃여자와 나를 발견하고
얼른 가게 밖으로 나온 주인이
모녀가 너무 다정해보인다며 웃는다.
과일만 살필 뿐, 씁쓸해하는 나와는 달리
과일이 싱싱해 보인다며 이웃여자는
두 손이 버겁도록 비닐봉투를 모아 쥔다.
나와 비슷한 예순의 나이에도
이웃 여자는 가끔씩 아가씨라 불린다.
모녀간이죠? 인사를 들을 때면 나는 나에게 너무 미안했다.
남편은 등골이 빠지든 말든 자기애에 빠진 여자보다
허리띠 졸라매며 살아온 나를
혹독하게 후려치고 싶어졌다.
세상은 더 이상 과거의 행실로 현모양처와 악처를 구분하지 않는다.
여자는 집을 나서야만 인정받고 나는 집에 들어와야만 인정받는다.
한 바구니에 담겼지만 엄연히 다른 과일의 겉과 속,
우리는 종목이 달라요 라고
오늘도 나는 내뱉지 못한 말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