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허공에는 보름달이 떠 있다. 여자와 나는 바닷가에 앉아 회를 먹는다. 철썩이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는데 도시와는 달리 한적한 바닷가의 밤이라 왠지 으스스하다. 펜션 마당에 캠프파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지만, 차라리 방파제가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밤의 순간을 위해 낮부터 여자와 나는 엄청 호들갑을 떨었었는데, 막상 셋팅된 음식을 앞에 놓고는 낯선 바닷바람이 무섭다. 으스스 했음에도 여자와 나는 이야기꽃을 피운다. 달빛이 얼굴을 비추자 나보다 여자의 얼굴이 더 파랗게 질려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낯선 풍경에 질려 파리해진 여자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이 보석 어때?”
여자는 낮에 모래사장에서 주운 돌을 보여준다.
“유리 같은데?”
“세상과 타협하느라 얼마나 비벼댔을까. 나도 뾰족한 유리파편이었는데… 둥글어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게?”
“이쁘게도 둥글어졌네.”
나는 여자가 건넨 돌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우리 달에게 소원 빌까?”
여자의 말에 허공을 올려다본다. 바닷가에서 보는 달은 더 크고 선명하다. 여자가 달을 향해 기도를 한다. 나도 덩달아 일어난다. 여자와 나는 밤하늘의 달을 향해 각자의 기도를 올린다.
“달은 숱한 사람의 기도를 받아들이겠지?”
“그렇겠지?”
“달이 신?”
“음… 저 높이라면 못 볼 게 없지. 기울어졌다가 완만해졌다가를 수없이 반복해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신이겠지?”
나는 머릿속 힘겨운 것들을 비워내며 말했다.
“저 달도 머릿속 시름이 꽉 차서 빵빵해진 걸까? 내 머리통처럼… 돌이켜보면 나름대로는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
여자와 나는 날카로운 몸을 물살에 비벼대며 오래도록 바닷가에 앉아 있었다.
*
펜션 침대 위에 초승달로 홀쭉해져서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칼처럼 휘어진 여자의 둘레는 적막하고 쓸쓸하다. 둥글게 돌아누워 그 누구하고도 공유하지 못한 슬픔을 둥글둥글 굴리는지 여자는 자꾸만 가슴에 무언가를 껴안는 시늉이다. 여자의 등 뒤로 희뿌연 안개가 뒤척인다. 파도와 타협을 하는 여자와 나는 어쩜 서로에게 보석은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