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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 할까요 / ​권 분자

산문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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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즈 할까요


권 분자



복현 오거리에는 나보다 서너 발 앞서 정착한 건물이 있다

어둠이 목구멍까지 꽉 차서 외로운 사내 같은데 내부가 궁금하다.

큰 폐의 활동을 멈춘 건물 내부에는 사소한 걱정이나 즐거운 희망은 없겠다.

아무도 발 딛지 않은 길이 그리움만 증식시키고 있겠다.

속절없이 늙어가는 노총각 같은데 미동도 없이 고요하다.

귀가 어긋난 보도블록에 튕겨져 나온 저 사내의 발치는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안개꽃 한 다발 들고 찾아가도 될는지.. 내 관심은 오래되었고 끈질겼다.

사람들은 그의 어깨만 스치고 지나갔고

그는 서서히 오거리의 유령이 되어갔다.

도로변에 발을 묻고 늙어가는 사내를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사내를 의식하지도 않았다.

육교 밑으로 둥근 오거리가 중심을 잡자

사내가 제갈 길을 가지 못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내의 몸속을 뚫고 지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붉은 간판들이 저 사내의 어께 위로 두 팔 휘감을 날이 있을까.

꾹 다문 입술에서 먼지 삼킨 바람이 새어나온다.

사내 머리 위로 새소리와 달빛과 바람이 그냥 지나간다.

허공 한구석을 하루살이 떼가 빙빙 안개꽃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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