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돈 빌려 달라고 한 적도 없는 여동생에게 한 방 터지고 길을 걷는데
내 어깨에 여동생의 주먹질 하나 툭, 더해진다
늦가을 은행나무도 나처럼 후려치는 바람의 허공을 걸었나보다
곧 잊으니까, 잊으면서 살아가니까, 중얼거리는 나는
나무에 기대어 참 헐값인 우리 자매를 돌아본다
갈라치기 잘하는 여동생의 짓궂은 미소가 매년 반복되었음에도
처음인 듯 과장되니까, 가진 것 날아가 버리는 데서 오는
발아래 밟힌 은행잎 감정은 싸구려다
탐욕에 젖은 여동생은 몰락의 내 커튼을 주저 없이 열었다 닫았다 한다
이유 없이 당하는 약골은 쉽게 싸잡아 버리니까, 결국 고아라고
고아니까, 거리를 배회하며 눈물을 흘리는 건 당연하다고
잎 다 사라져서 없는 휑한 가지에다 대고 삿대질한다
관계에 약하면 관계에 강한 손에 장난감으로 들려진다는 어떤 법칙이 떠오르고
오래 감춰진 음모의 옆자리를 결코 떠나지 못하는 나무는
약점이 많은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겨울 날 일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