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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 / 권분자

산문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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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레


권분자



너덜하고 상처 난 겉잎에 쌓여있던 배추의 속대들이 드러났다.

마치 나를 감싸고 있던 부모를 보는 것 같다.

언제까지나 내 겉껍질로 남아 있을 거라는 착각을 한 겹 한 겹 벗겨낸다.

질풍노도 한 시절, 품 넉넉한 겉잎이던 부모님은 눈비를 맞으면서도 밭고랑에 납작 엎드린 배추의 겉잎, 자식을 위해서라면 한사코 땅바닥을 치며 일어서곤 했다.

그런 부모가 있어 안락하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노환의 부모님과 이별의 잔혹함을 맞봤음에도

여전히 어른답지 못하다.

그러나 내 부모가 그러했듯

나 역시 언젠가는 밀리고 밀려 떨어져나갈 거라는 사실이 두려운 나이가 되었다.

자식과 부모의 사랑은 늘 어긋나 있어 내가 미치도록 사랑하는 자식들은…

나의 이런 고민을 모른 체 제 갈 길 걷기에도 바쁘다.

병들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쓸쓸함을 껴안고 마지막 쓰임이 다할 때까지

굴레를 위해 애쓰다가 폐기될 운명…,

부모의 품에 싸여 철모르던 노란 속대이던 내가 어느새 겉잎이 되어버렸을까.

내가 두 팔 벌려 감싸고 있는 속대들… 안락하기는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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