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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 / 권분자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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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


권분자



지하로 난 길을 걷듯 차가운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지만

어디인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다

예순에 잃은 길은 대개 그렇다

세상의 이면 약한 부분을 위해

누가 함정을 파둔 거니?

사라지지 않는 어리석음을 두고

이건 그동안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라고

이건 인공 구조물일 뿐이라고

사람과의 관계를 원망할 수는 없지

끝없이 위태로운 천정에 설치되는 구조물

겪어온 바에 의하면

이번의 이 길 안전하다, 말할 수는 없지

약삭빠르게 밀접한 관계를 트는

너와 나의 지하

숨겨진 고요한 공간에도

더듬어 찾아야 할

우리의 이야기의 스위치는 필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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