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느린 아이를 키운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무릎에 앉혀 놓고 책을 읽어주면 도망가기 일쑤였다.
억지로 잡아서 다시 무릎에 앉히면 다시 빠져나가려고 애를 썼다.
그런 아이를 무리하게 잡아놓고 싶지 않았다.
다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마다 배우는 시기가 다 다르기에 그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 때는 오지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이제는 억지로라도 시켜야만 했다.
하루 하루가 전쟁이었다.
아이는 단 5분도 의자에 앉아 있지 않았다.
한글을 알려줘도 기억하지 못했다.
'ㅏ'와 'ㅓ'도 구분하지 못했다.
아이가 이상하다는 걸 그제야 눈치챘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아이의 증상을 찾아봤다.
병원에 가기로 결정했다.
이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이제 5학년이 된 아이가 아무 것도 풀지 않은 시험지를 들고 집에 왔다.
그래도 괜찮다.
아이가 책을 읽는다.
감사하다.
그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