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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만도 못한 출산휴가라니요-2

by 주인우

백일잔치의 의미


아기가 비로소 약 6시간 정도 자는 때, 즉 엄마가 밤에 4시간 정도를 잘 수 있는 때가 백일에야 온다. 그것도 나처럼 운이 좋아 아기가 백일의 기적을 이루어 주었을 때 이야기다. 잠을 조금 붙여서 잘 수 있게 되니 몸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여전히 부기도 빠지지 않았고, 모든 관절이 쑤시고 아프긴 했지만 잠을 자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잠이 몸의 회복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가 뼈저리게 느꼈던 시기였다. 우리 조상들이 백일잔치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유는 영아 사망률이 높아서이기도 했겠지만 산모가 잔치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된 시기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만삭까지 일하는 임산부


직접 출산을 경험하면서 여성의 출산휴가가 최소 5개월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모가 안정적으로 출산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단태아의 경우에 적어도 두 달 정도의 휴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출산휴가 정책으로는 만삭까지 일하다가 출산을 약 한 달 정도 남기고 출산 휴가를 가야 하고, 몸이 온전히 회복되기 전에 복직을 해야 한다. 육아휴직을 모든 직장에서 쓸 수 있지가 않아서 많은 여성들이 공무원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때문에 출산 휴가는 육아휴직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어 최근에는 학교에서 육아휴직이나 육아시간 사용이 당연스럽게 여겨지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육아휴직이 가장 잘 되어 있다는 교사들도 육아휴직 쓰는 게 많이 눈치 보이는 일이었고, 사립학교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다. 같은 과 동기인 친구는 유명한 사립학교에 있는데 자기도 둘째 때 겨우 육아휴직을 엄청 욕먹어가며 썼다고 했다. 그게 그 학교에서 처음 쓴 육아휴직이란다. 우리나라 출산 관련 정책들은 여성의 몸이 혹사당하는 것에 관심이 없고, 출산과 관련된 문제들은 대부분 산모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일 때가 많다.


많은 산모들이 백일 정도까지는 모유를 먹이려고 애쓰는데 현재의 출산 휴가로는 아기에게 백일까지 모유 수유를 하기도 쉽지 않다. 산모는 퉁퉁 부은 몸으로 복직을 하고,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는 중간중간 유축을 해서 모유를 모아 냉동실에 얼렸다가 집에 가서 딱 맞는 온도에 맞춰 녹여서 아기를 먹이는 일을 반복한다. 출산 휴가로 밀렸던 업무들이 폭풍처럼 몰아치는데 육아와 집안일, 그리고 유축의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


임산부의 출산휴가는 최소 5개월은 필요하다.


막달의 조산 가능성이나 유산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도 출산예정일의 최소 2개월 전에는 출산휴가를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던 친구는 축제를 준비한다고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동아리 아이들이 학교에 남아 있기 때문이었는데 부서에서 돌아가면서 야근을 하거나 부원 중에 한 명만 있어도 될 것 같은 일이었지만 기획이던 친구는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결재 라인에서 누구도 몸이 괜찮냐고 묻지 않았다며 서러워했다. 결국 조산기가 있어 7개월 차에 갑작스레 병가를 냈고, 출산까지 입원하여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출산이 가능한 주수까지 끌었다. 당연히 아기는 출산 예정일보다 매우 빨리 세상에 나왔다. 다행히 아기가 건강했지만 산모가 얼마나 걱정스러웠을지, 또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아직도 식은땀이 흐른다. 이후에 전체 교직원 회의를 통해 그 학교의 임산부의 초과 근무를 원천봉쇄하기는 했지만 교직원 회의에서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 논의를 이어가야 했는지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임산부의 초과 근무는 법률 위반입니다!).


크게 무리하지 않아도 막달의 조산은 많은 임산부에게 찾아온다. 동료 선생님 한 분은 집 선반 정리하다가 갑자기 아기가 나왔다며 막달에 그저 가만있으라 하였다. 이러한 위험을 막는 것은 이제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아니, 늦었는지도 모른다. 임산부의 출산휴가는 최소 5개월은 필요하다.



글이 길어서 1, 2, 3부로 나누어 올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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