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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교통비는 왜 12주 이후부터 주나요?

서울시 임산부 교통비 지원 & 유산 관련 지원 정책

by 주인우

아쉬운 임산부 교통비 지원 정책


"안녕하세요. 저는 **동 주민센터 주무관 ***입니다. 임산부 교통비 신청하신 것 때문에 연락드렸는데요..."

임산부 교통비를 신청하고 얼마 뒤에 주민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아마도 임신 확인서가 나오자마자 신청을 해서 12주 가까이 되어서 전화를 하신 것 같다.


"아... 제가 유산을 해서요.. 교통비 사용은 못 할 것 같습니다."

"아... 네... 아... 음..."

주무관님이 너무 당황을 하셨는지 말을 잇지 못하셨다.


서울시에서는 6개월 이상 서울시에서 거주한 임산부(또는 산모)에게 70만 원의 교통비를 바우처 형태로 지원한다(지역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다.). 정부 24와 서울맘케어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고, 온라인 교육을 한 시간 정도 이수하면 되니 꽤 좋은 정책이다. 버스와 지하철, 택시, 자가용 유류비 상관없이 지원을 하기 때문에 임산부의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 된다. 신청 기한은 임신 12주부터 출산 후 3개월까지 가능하고, 바우처 지원일부터 자녀 분만 예정일(출산 후 신청을 하면 자녀 출생일)부터 6개월이 되는 달의 말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좋은 정책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초기 임산부의 유산 위험


임산부의 약 20%가 임신 8주 이내에 유산을 한다고 한다. 유산율이 생각보다 꽤 높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힘든 경험을 하겠구나 싶어 마음이 아팠다. 나는 8주가 조금 지나 계류 유산을 하였다. 아기가 자연적으로 나오지 않아서 소파술을 해야 했다. 유산을 알게 된 때도 슬펐지만 소파술을 하고 나서도 큰 슬픔을 겪어야 했다. 소파술을 하는 날 남편에게 차를 가져가지 말자고 했다. 우리 차가 작아서 내가 불편하다는 핑계를 댔지만 남편은 나보다 더 힘들어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운전을 하는 것이 위험할 것 같았다. 꾹꾹 슬픔을 눌러대던 남편은 마취가 깬 나를 부축하여 병원 문을 나서다가 눈물을 흘렸다. 택시를 타고 오기로 한 것이 잘한 일인 것 같았다.


유산의 위험은 임신 12주까지가 제일 높다. 임신 12주가 되면 태반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16주부터는 태반이 자궁벽에 잘 고정된다고 한다. 태반이 형성되면서 불안정한 임신 초기의 착상 상태를 유지해 유산을 막기 때문에 임신을 12주까지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임산부에게 택시를 탈 필요성이 가장 높은 때가 유산율이 높은 임신하고 12주까지, 그리고 마지막 달인 것 같다. 막달에는 배가 너무 무거워서 대중교통을 타기가 쉽지 않고, 운전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임산부에게 택시비를 지원한다면 가장 좋은 시기는 임신 직후부터 12주까지, 임신 8개월부터 출산 후 3개월 정도까지가 아닐까 싶다.


왜 임신 12주부터 임산부 교통비를 지원하는 것일까? 이게 부디 서울시의 예산 문제 때문은 아니기를 바란다. 교통비가 제일 필요한 시기의 임산부를 제외하고, 임산부의 20% 이상이 유산을 한 이후에 교통비 지원을 하는 것이 예산 문제 때문이든 아니든 초기 임산부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빠르게 수정되기를 바란다.


미흡한 유산 가정에 대한 정책


유산한 임부에 대한 지원 정책은 별로 찾은 것이 없다. 찾아도 나오는 것이 없다. 국민행복카드로 받는 임신 출산 바우처 100만 원이 유산 후에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유산했을 때의 의료비, 이후 난임 치료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지원 정책은 없는 것 같다.


유산 휴가 정책은 더욱 아쉽다. 유산 휴가는 최초 60일은 유급 휴가인데 임신기간에 따라 유산, 사산휴가 기간이 다르다. 11주 이내는 5일, 15주 10일, 21주 30일, 27주 60일, 28주 이상 90일이다. 태반이 생기기 전 유산율이 높은데 11주 이내는 5일 밖에는 휴가가 주어지지 않는다. 소파술 이후에 과연 5일 만에 출근이 가능할까 싶었다. 몸의 회복도 그렇지만 도무지 쉽사리 마음을 잡고,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심쿵이가 집에 온 것도 수술하고 5일 정도 지난 후였다. 그나마 첫째 아기가 있어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갔지만 이따금씩 몰려오는 큰 슬픔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초기 임산부의 유산 휴가도 4주 정도는 되어야 몸도 마음도 조금 추스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말 최소로 잡아도 2주는 필요하다. 여기서 5일은 영업일로 5일이 아니라 공휴일을 포함한 5일이니 정말 짧은 기간이다.


임신 휴가 제정의 필요성


출산율을 높이려면 유산율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혼인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이니 더욱 그렇다. 산모의 고령화도 문제이지만 아빠의 나이도 꽤나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산의 가장 많은 원인이 정자의 DNA 유실 때문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아빠의 나이와 체력도 유산율에 관계가 있을 것이다. 임신 초기 임산부 보호를 위해 임신 휴가 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1년 11월부터 임신 중 육아휴직 사용이 가능해지기는 하였으나 육아휴직은 휴가와 달리 육아휴직급여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 점이 있고, 출산 후 육아휴직 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가기까지 돌볼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임신 휴가가 제정되기를 바란다. 또한 해당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계속 근무를 해야 신청 가능하다는 점도 기간제교사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쓰기 어렵고, 여러 가지 면에서 휴가보다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올해부터는 육아휴직 관련 정책이 조금 변화한다. 올해 2월부터 육아휴직 기간이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된다고 하고(단, 부부가 함께 육아 3개월 이상 참여해야 함.), 육아휴직급여가 통상 임금의 80% 이지만 월 상한액이 기존 150만 원이었는데 월 상한액이 인상 예정이다. 정부에서는 250만 원 인상으로 홍보하는데 첫 3개월이 250만 원이고, 다음 3개월은 200만 원, 나머지 기간은 160만 원으로 인상 예정이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에 급작스럽게 큰돈이 들어가는데 부부가 함께 육아 휴직을 3개월 이상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고, 아직 남성의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문화의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육아휴직에 제한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산모가 점점 고령화되고, 출산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임산부와 태아를 보호하고, 유산율을 낮출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글의 초안을 쓴 지 거진 두 달 가까이 되어 2025년 새로운 정책들에 대해 다시 조사하고 쓰느라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시험 출제와 생기부 작성 등으로 과부하가 걸려 2~3주 정도 글을 못 쓰겠다 싶었는데 시국이 답답하여 가슴에 큰 돌덩이가 얹어 있는 듯하여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또, 이렇게 위험할 뻔한 상황에서 임신과 출산이 웬 말인가 싶기도 했구요. 이제는 조금씩 글을 다시 쓰려고 합니다. 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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