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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gette J Dec 05. 2022

벌써 시간이..


"솔지야? 나 요즘 웃는 근육을 단련시키려고 연습한다 봐봐 어때?"

"그 모습 윤서 있을 때 매일 보던 모습인데?"

.

10년 동안 제 자신을 보았던 거울 속 나의 모습은 어둠의 그늘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힘듦을 외치고 있는 모습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시큰둥하게 얼마 전까지 제 모습을 객관화해준 아내의 그 말에

엄청난 파워의 장풍으로 심장을 공격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

얼마 전까지 저는 늘 웃으며 행복해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나는 늘 마음속에서 걱정과 불안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지피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었구나 행복한 웃음의 동력이 사라지니 아무렇지 않게

피워내었던 웃음의 근육도 억지로 단련 시켜야 하는구나..

.

벌써 윤서와 이별한 지 반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요즘엔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말이 마음속에 와닿습니다

아직도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 그날의 생생함이 눈앞에 떠오르고

아내는 출근길에 비워진 옆자리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게 일상이 되어 힘들지만

또 크게 되돌아보니 큰 이벤트 없이 온전히 반년을 보낸 저희 가족에게

감사하다고 토닥토닥해주고 싶습니다

.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윤서의 예쁜 미소와 먹방을 기억해 주시고 그녀가 뿌려준

선한 영향력의 향수를 주변에 뿌려주고 계신 이모 삼촌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일일이 답장을 드리진 못했지만 많은 응원의 메시지와 글들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힐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힘내라", "너만 힘든 거 아니고 다 힘들다"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지만.."등등 머리로는 그 언어의 목적이

이해되지만 아직 마음으로 이해하기 힘든 투박한 위로의 말들도

이제는 조금씩 소화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저도 누군가에게 어떻게

위로를 해야 될지 학습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인가 봅니다

.

세상 쪼꼬미가 분홍 납골함 속에 들어가 이제 그녀의 온기를 조윤서라고

각인된 이름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으며 인사할 때는 아직도 눈물이 수도 꼭지처럼

쉴 새 없이 흘러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하고 나올 때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니까 괜찮아지겠죠?

그래도 오늘은 추위가 찾아오면 어김없이 겨울 왕국의 노래를 열창하던

윤서를 위해 엘사 인형을 부처님 옆에 가지런히 놔주고 왔습니다 아무 종교도

없는 저희 가족이 경황이 없어 절에 윤서의 새 안식처를 마련해 줬지만

좋은 분들이 이곳에서 함께해 주셔서 찾아올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

인형을 놓아주고 이곳에서 노래하는 윤서를 생각해 보니

불경이 BGM으로 나오는 절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이 귀엽게 봐주실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나오는 거 같습니다

.

이 글을 보고 계신 많은 분들과 저희 가족의 일상의 삶 안에서 호흡하며

저희를 지켜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마음의 텔레파시를

보냅니다 곧 좋은 소식 가지고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고 글로써 토해내고 소통하며 많은 치유를 얻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멈추지 않고 쓰는 삶을 계속 이어 나가겠습니다

.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다들 건강관리 잘하시고

행복한 연말 되세요

-아주 오랜만에 윤서 아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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