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14일 (금요일), 장맛비
1.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친구가 한국에 출장차 왔다기에 차 한잔을 같이 했다. 친구는 투자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투자자와 투자처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다. 그래서 어디에서 일을 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얼마 전에는 에스토니아라는 나라에 가서 가족들과 두 달간 살면서 일을 했다고 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과 태국, 미국 등에서도 각각 한두 달 정도씩 지내면서 일을 할까 한다고 했다.
2. 그날 밤에 나는 두건의 화상회의가 있었다. 하나는 밤 10시에 미국과 하는 회의였고, 두 번째 회의는 새벽 1시가 넘어 있었다. 회의 참가자들이 미국, 유럽, 아시아에 흩어져 있다 보니 모두에게 편리한 시간을 찾기란 불가능했고 가장 “을”의 지위에 있는 우리가 (서글프지만) 시간상 희생하기로 한 셈이었다.
3. 일정을 모두 마치고 나자 시간은 새벽 2시를 향해가고 있다. 이미 늦은 밤이었지만 회의의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잠이 들기까지 한참을 더 뒤척여야 했다. 덕분에 이튿날 낮에는 졸려서 고생을 좀 했다. 스르르 감기는 눈을 부릅떠가며 일하느라 중간중간에 계속 눈을 비벼야 했다.
4. 전 세계를 안방처럼 누비며 일하는 내 친구와, 안방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일하는 내가 묘한 대비가 되는 듯하다. 친구의 여유로움과 럭셔리함이 살짝 부럽긴 했지만 (안돼! 부러우면 지는 거야!) 나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으니 잠 좀 못 잔들 어떠랴. 회의의 결과가 좋아서 원하던 성과나 얻을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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