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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의 팔씨름 한판

by 함태진
“엄마, 나랑 팔씨름 한번 해볼래요?”


엄마의 손을 잡고 있다가 내가 물었다. 가늘어진 팔에 근육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얼마나 힘을 주실 수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하나, 둘, 셋!”

내가 팔씨름하는 시늉을 하자, 엄마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반가웠다. ‘생각보다 악력은 좀 있으시구나.’


일부러 손이 뒤로 밀리는 시늉을 하다가 내가 말했다.

“아이고, 졌다! 우리 엄마, 힘이 엄~청 세네?”


그랬더니 엄마가 깔깔 웃었다. 그리고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겼으니까 상 줘라.”
“상 받고 싶어요? 뭐 드릴까요?”
“돈으로 주라.”
“에? 상금 받고 싶어요?”
“응.”


아이 같은 엄마의 반응에 나도 장난기가 발동했다.

“좋아요, 그럼 한 판 더 해요.”


나는 엄마의 손을 다시 잡고, 다시금 팔씨름을 하는 척했다. 엄마는 아까처럼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내가 ‘어. 어. 어…“ 하며 지는 척하다가, 손에 조금 힘을 실어서 역전하는 시늉을 했다.

“와~ 이번엔 내가 이겼다!”

엄마는 잠시 놀란 표정 짓더니, 이내 까르르 웃었다.

“졌어도 상금 줘.”
“에? 졌는데도 상금을 받아야 해요?”
“그래!”
“얼마나 받으시려고?”


그러자 엄마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나서 말했다.

“오십만 원!“
“오십만 원이나? 그 돈 받으면 뭐 하시게요?”
“아들한테 용돈 주고 싶다.”
“네? 나한테요?”
“응.”

재미있기도 했지만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고, 엄마. 그럼 오십만 원으론 부족하죠. 내가 상금으로 백만 원을 드려야겠다.”

그러자 엄마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셨다. 그러더니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그럼 그걸 다 너한테 주진 않을 거야.”
”뭐라고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럼 남은 돈으로 뭐 사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응.”
“뭐요?”


그러자 엄마가 거침없이 말했다.

“돈이 있으면 니 같은 아들 사고 싶다.”


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엄마는 계속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계셨다.


오늘따라 내 이름도 여러 번 헷갈려하고, 내 얼굴도 낯설게 느끼셨던 엄마였다. 그런 엄마가, 나를 돈 주고 사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엄마 손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마, 난 이미 엄마 거예요.”


엄마를 쳐다보는 내 눈에 눈물이 고이는 듯했다.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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