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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과 아나운서 Oct 16. 2024

애오라지 당신 뒷전에서 푼푼한 노을로 서 있겠습니다

사랑 엽서 7

다시 가을입니다

그해 가을, 우연인 듯 필연처럼 내 안으로 쏟아진
한아름의 샛

나의 빛마루는 당신이었을까요
당신의 우주가 나였을까요

삶이 온통 적막으로 흐를 때
단 하나의 빛으로도 펄럭일 수 있는 희망

당신이었기에 달보드레 꿈꿀 수 있는
저 너머의 싱그런 피안(彼岸)

온갖 난류에도 꺾이지 않을 우리 둘 가온
불멸의 빛이여!

삶 속 간혹 달구비는 그치지 않는다 해도
곰살궂은 마음새만은 저미지 말아요

퍼르퍼르 늘품과 꽃내로 내딛는 들찬길
나예 나는,
애오라지 당신 뒷전에서 푼푼한 노을로 서 있겠습니다



✔️빛마루: 하늘의 빛.
✔️마음새: 마음 씀씀이.
✔️달구비: 달구처럼 몹시 힘 있게 내리 쏟는 비.
✔️곰살궂다: 성질이 다정하고 부드럽다.
✔️퍼르퍼르: 가벼운 물체가 가볍게 날리는 모양.
✔️늘품: 앞으로 좋게 발전할 가능성.
✔️들찬길: 들판으로 박차고 나아가는 길.
✔️나예: 나비처럼 예쁘게.
✔️푼푼하다: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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