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의 시점
(강아지의 시점에서)
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나는 이미 너보다 37번쯤 더 기뻐했어.
꼬리를 흔드는 건 반가워 서고,
짖는 건 말하고 싶어서야.
“기다렸어! 보고 싶었어! 또 기다렸어!”
근데 너는 가끔,
그냥 소파에 툭—하고 앉아.
눈도 안 마주치고, 말도 없어.
그럴 땐 나도,
네 옆에 조용히 누워.
꼬리도 안 흔들고, 소리도 안 내.
그냥 네 호흡에 내 숨을 맞춰.
“너 힘든 거, 알아.”
“나도 그래. 오늘 하루, 나도 네가 없었어.”
사람들은 내가 단순하다고 하지.
근데 나는 알아.
사랑은 복잡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걸.
가끔은,
말없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느끼는 거잖아.
그러니까, 오늘도 옆에 있을게.
네가 다시 웃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