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의 시점
(강아지의 시점에서)
오늘도 아침부터 정신없더라.
핸드폰 붙잡고,
노트북 두드리고,
밥도 대충 먹고, 나한텐 눈길 한 번 안 주고.
그래서 나,
소파 뒤에 들어가서 삐졌어.
아주 제대로.
네가 이름 불러도 안 나갔지.
“솜아~ 어디 갔지~?”
흥. 알아도 안 나가지.
근데 말이야,
너 왜 그랬어.
갑자기 조용히 내 옆에 와서
“미안해. 나 오늘 너무 정신없었지?” 하고 안아주면
어떻게 계속 삐져 있어.
꼬리는 자동으로 흔들리고,
입꼬리는 (강아지도 입꼬리 있어!)
슬쩍 올라가 버렸어.
알아,
너 바쁜 거.
세상이 널 가만두지 않는다는 것도.
근데 나도 알아줘.
나는 너 하나만 기다리는 존재라는 걸.
다음번엔 조금만 더 일찍
안아줘.
그래야 덜 삐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