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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감이나 받으면 안 되는 이유와 주의할 점

계약 전에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할 사항들

by 효작가
KakaoTalk_20251027_151524339_07.jpg 영국에 와서 패딩턴에게 여행 루트를 제시받는 곰돌이들


아직 일감이 없는 초보 일러스트 작가들은 일단 무조건 어떠한 일감도 확인 절차 없이 무조건 받아 내려고 한다. 계약서의 전반적인 내용도 체크하지 않은 채 검증되지 않은 업체에게 그림을 떠넘겼다 불상사가 생기기 십상이다. 이렇듯 일러스트 외주 업무가 들어왔다고 경력을 쌓기 위해 모든 하겠다는 마인드로 무작정 받는 것은 도리어 노동 시간을 날리고 작품 저작권을 뺏기고 단가를 후려치기 당하는 등 큰 리스크를 떠안아야 할. 요새 스레드를 통해 누구나 그림책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모집하거나 출판사 직원인지 대표인지 알지도 모른 채 일러스트 그려줄 작가 구한다, 댓글 달면 연락하겠다고 작가를 유인하여 작가들이 이에 혹해 넘어가는데 제대로 된 정산도 하지 않고 계약서 대로 프로젝트를 이행하지 않아 결국 간절한 작가들을 이용해 먹기도 한다.



아무 일감이나 받으면 안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저작권 분쟁 위험

일부 클라이언트는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의뢰하거나, 결과물을 자신의 소유물로 주장하기도 한다.

나중에 그림이 무단으로 상업적 용도로 사용되더라도 법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 특히나 계약서 없이 일하면, 그림 소유권이 업체로 넘어가 내 그림을 잃게 된다.


② 단가 후려치기 → 시장 가치 하락

“노출 보장”, “작가 홍보용”이라는 명목으로 무급 또는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을 계속 수락하면 자신의 시세 기준이 낮아지고, 전체 일러스트 시장 단가도 함께 떨어져 그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거나 마찬가지다. 산그림 표준 단가표를 참고해 일러스트 단가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진행하려는 업체의 의뢰는 가급적 받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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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산그림 표준 평균단가표(출처 : 산그림 사이트)


③ 포트폴리오 방향성 훼손

아무 프로젝트나 하다 보면 본래의 스타일·브랜드 이미지가 흐려진다.

예를 들어 동화풍 일러스트 작가가 갑자기 게임용 다크 판타지 일러스트를 다수 맡으면, 포트폴리오가 일관성을 잃는다. 물론 작업을 했다 해서 포트폴리오가 훼손되는 건 아니다. 다른 스타일로 작업한 일러스트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따로 빼놓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일관된 분야로 외주 작업을 하지 않고 거미줄 치듯이 여러 분야의 일을 한꺼번에 하면 포트폴리오의 일관성이 사라지고 정체성이 없어져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일이 들어오지 않게 될 수도 있다.


④ 시간 대비 효율이 낮다

단가가 낮은 의뢰일수록 클라이언트가 수정 요청도 많고, 커뮤니케이션도 비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 정작 중요한 일(자기 작업, 포트폴리오, 고단가 일감) 할 시간이 줄어든다.


⑤ 비윤리적/불법 콘텐츠 연루 위험

도박, 성인, 정치 선전, 저작권 침해 등 법적·도덕적으로 위험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작가의 이름이 함께 걸린다.

한 번 연루되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이 생긴다.




외주 및 협업 의뢰 문의가 메일로 들어온다면 일감을 수락하기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항목들이 있다.

위 내용을 바탕으로 아래에 정리하였다.


① 계약 관련

- 계약서 작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 구두 약속은 법적 분쟁에 있어 효력이 없으므로, 반드시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양쪽 다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작업 범위, 수정 횟수, 단가, 마감일, 저작권 포함 여부, 그 외 조항)


② 단가

- 시세 대비 단가가 괜찮은지 확인해야 하며 본인이 책정한 기준을 토대로 제시하거나 클라이언트가 제시한 금액을 비교하여 적정선에서 조율한다.


③ 일정

- 납기 가능일을 확인해야 하며 일감 대비 시간이 빠듯할 경우 일정을 고려하여 단계별(스케치, 채색, 원본 전달 등)로 마감일정을 조율하면 된다.

- 일정이 과도하게 빠듯하면 품질이 떨어지거나 수면 부족으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일할 시간과 업무량을 잘 조절해야 한다.


④ 작업 방향

- 포트폴리오 방향과 일치하는지, 장기적으로 쌓이고 싶은 스타일인지 판단하고 내가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스타일 가이드라인을 확인하여 일감 수락 여부를 결정한다.


⑤ 윤리성

- 작업물이 불법적으로 사용되거나 도덕적 문제가 되지 않는지, 클라이언트 및 그가 소속된 회사가 검증되었는지, 이전 이력은 없는지 계약서 작성 전 우선적으로 확인해봐야 한다.


저작권

- 사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해야 하며, 클라이언트의 작업물을 도맡아 하더라도 저작권은 엄연히 작가에게 귀속되므로 2차 저작물로 사용될 시 저작권료가 계약서에 “1회 사용”, “상업적 사용 가능”, “2차 수정 가능 여부” 등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러스트 일감 선택 기준을 명확하게 잡으면 제안이 들어올 때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다.

단가 하한선 예시 : 표지 및 내지 일러스트 단가가 30만 원 미만이면 수락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유형 제한 : 성인물, 도박, NFT 프로젝트는 참여하지 않는다.

작업 기한 : 마감일이 촉박하거나 다른 일감과 겹쳐 시간상 하기 어려울 때는 정중히 거절해도 된다.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의 특성상 외주 업무 진행 시 대응하는 법도 잘 익혀둬야 한다.

계약서 없으면 작업 시작하지 않는다. 메일도 내역이 남아 계약서만큼 효력이 있다고 보는 경우도 있는데 계약서와는 다른 형식이고 양측 서명이 없는 데다 업무가 명확하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으므로 계약서 양식을 지키며 작성해야 한다.

작업을 한다 해놓고 갑자기 안 한다고 통보를 하거나 시안과 원본 제출까지 완료 후 업체가 잠수를 타 정산을 못 받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므로 시안 제출 전 선계약금(30~50%)을 받는다.

모호한 요구사항은 메일로 문의사항과 함께 명확히 정리한다.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하는 습관을 들이고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확실하게 표한다.


어느 그림 작가들이나 디자이너들은 외주를 받기 위한 간절한 마음은 언제나 타오른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프리랜서는 노동법 기준에 맞춰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노동에 대한 대가를 정당하게 받기 위해 좋고 나쁜 일감을 잘 거를 줄 알아야 한다. 무턱대고 고수익 업무를 준다던지, 일하자 해놓고 무일푼으로 잠수를 탄다던지 등 수상한 메일과 게시글들을 꼭 조심하도록 하자. 그래야 건전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써 업무를 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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