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n잡을 뛰어야 하는 이유
프리랜서로 지낸 지 어언 3년 차쯤 들어섰을 때 수입원이 지속적으로 월급만큼 들어오는 편이 아니지만 가끔씩 세후 1000만 원을 받은 달이 있었다. 운 좋게 마감이 몰아쳤던 일감을 한꺼번에 끝내 정산도 몰아서 받았다던 시기였다.
학원 강사 일을 그만둔 후 고정 수입 없이 지냈던 그 시기에 몇 달치 적금과 월세를 충분히 마련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업"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은 돈이 되는 외주를 받는 걸 정말 간절하게 원한다. 강사 일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빠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외주만 받으며 일하길 바랐다. 매번 쉬지 않고 들어왔던 일감이 불경기로 인해 어느 순간 몇 달째 끊겨버릴 줄 생각지도 못했다. ‘나만 이렇게 외주가 갑자기 끊기는 걸까? 다른 작가들은 SNS에 모 기업과 협업하여 그린 작업물을 올렸는데, 이번 달에 외주 3개나 들어온 작가도 있었는데...’
나만 그렇게 느낀 건가 싶어 스레드에 일감이 몇 달째 끊겼다며 한탄하는 글을 한 번 올린 적이 있었다. 그러자 아래에 여러 작가들이 댓글을 남겼다.
"AI가 알아서 원하는 대로 그려주니 예전처럼 작가를 찾지 않아요."
"올해가 유독 비수기인가 봐요. 일이 예전만큼 들어오지 않아요."
매달 월급 이상의 일감이 들어와 프리랜서로 생활할만하다고 자부했는데 이제 더 이상 매달 일이 들어온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이러다 앞으로 더 이상 일이 들어오지 않을 거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제 외주로만 먹고 살 생각을 하면 안 되겠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도 아닌 단기성 프로젝트인데 매번 일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 한 프로젝트당 경쟁률이 기본 100대 1 이상인데 단비 같은 일감들을 한 두 개라도 받기 어려운 현실을 체감했다.
팔로워가 점차 늘어나 유입이 많아지고 그림 스타일도 더욱 발전시키며 열심히 어필함에도 불구하고 클라이언트가 sns로 작가를 찾지 않아서 그런가 나를 찾아주는 분들이 아무도 없다니. 그때 약 1000만 원가량 받은 이후로 외주로 받는 수입원이 끊겨 다른 일감을 구하지 않으면 몇 달 동안 수입원이 0인 채로 지내야만 했다.
예를 들어 월 1000만 원을 벌어도 4달 동안 수입이 0원이면
1000만 원 ÷ 4 = 250만 원
4달 동안 평균 월급은 직장인 최저 월급과 다를 바가 없다.
4달이 지난 후 일이 계속 안 들어오고 수익도 0이면
말 그대로 '백수'다.
돈이 빠듯해질 무렵 나와 맞는 업무 공고가 보이면 여기저기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며 일을 구하러 다녔다. 그렇게 몇 십 군데에 지원한 후 일이 끊긴 몇 달 동안은 집에서 학습지 디자인 업무 발주서를 받아 양식에 맞게 디자인하는 작업을 하였다. 몸은 고되지만 그래도 정기적인 수입원이 생겨 나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무가 외주라고 보는데 만약 이런 일들이 매달 끊임없이 들어온다면 전업 외주 작가로 지낼 수 있지만 사실상 외주는 단기성 프로젝트에 불과하며 정산을 받은 후 함께 협업한 클라이언트에게 또 연락이 올진 미지수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일러스트 작가들은 아르바이트나 여러 다른 일도 병행하며 일러스트레이터로 지내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외주 업무를 서브로 두고 강사활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프리랜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만약에 일이 완전히 끊길 걸 대비해서 취업 준비도 덤으로 하는 중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어떤 일들을 하며 수입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아래에 표에 일러스트레이터가 할 수 있는 관련 업무 혹은 다른 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수입원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러스트 단가표를 보면 그림 한 컷당 단가가 기본 몇 십만 원 이상부터 시작한다. 여러 그림을 그릴수록 월급 이상 받기도 한다.
단기적으로 근무하며 보통 하루 시간 강사를 뛰거나 몇 개월 단위로 계약한다. 1번처럼 매번 일을 찾아 다녀야 한다.
작가 활동을 하면서 화실을 운영하며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분도 계시고 디스코드나 줌 미팅을 통해 비대면으로 디지털 드로잉 강의를 진행하는 분도 계시다. 미술을 전공한 작가라면 미술학원에서 강사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꼭 미술 관련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카페나 음식점,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보통 1년에서 몇 년 단위로 계약을 해 매달 요청 발주서에 맞춰 그림을 그려 전달한다.
재택으로 일러스트를 그리거나 디자인을 하는 업무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편이지만 간간히 채용 사이트에 공고가 올라온다. 풀타임 혹은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수 있으며 직장인들 일하는 시간에 맞추어 집에서 근무해서 만든 작업물을 회사에 전달한다.
문구 작가 활동도 병행한다면 본인이 직접 그린 그림을 스티커, 마스킹테이프, 메모지 등 문구 제품이나 리빙 용품으로 만들어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해 판매한다. 굿즈를 여러개씩 발주하면 재고가 점차 쌓여 부담을 갖기도 한다. 아무래도 굿즈는 도안 제작부터, 포장, 배송 업무까지 시간 할애가 상당히 많이 되고, 페어 나가는데도 준비할 것들이 많아 다른 일들과 병행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굿즈 제작비에 비해 많이 팔리지 않는다면 수입원이 미미할 수 있다. 재고 부담이 되지 않는 디지털 문구 제품으로 제작하거나 혹은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트 수작업 브러쉬를 직접 만들어 펀딩 사이트에서 판매하기도 하며 카카오 이모티콘을 제작해 승인 심사를 거쳐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K페어, 서일페, 오일페 등 큰 규모의 페어에서 그림을 홍보하며 문구 제품을 판매하거나 여러 문구 플리마켓에 나가서 굿즈를 판매할 수 있다. 페어 측에서 메일을 발송해 페어 사전 신청을 한 후 페어 부스비를 입금 후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서일페 같은 경우 부스는 한정되어 있는데 신청하는 작가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해 참가가 확정되지 않으면 대기 번호를 받을 수도 있다. 굿즈를 구매하려는 목적으로 오는 손님들도 많지만 출판사나 업체에서 마음에 드는 작가에게 명함을 내밀고 추후에 작가에게 컨택해 외주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다.
고정 수입- 3,4,5,6번
부수입- 1,2,7,8번
대표적으로 프리랜서가 할 수 있는 일들이며 디자인 재택 근무는 잡코리아나 사람인 등 채용 공고 사이트에서 일을 구할 수 있으며 네이버 카페나 문화센터 등의 공고를 통해 방과후나 미술 강사로 지원할 수 있다. 고정 수입원과 부수입원으로 분류한 후 고정 수입원을 메인으로 해서 부수입을 시간날 때 틈틈이 해 나가는 걸 추천한다. 부수입으로만 일감을 채우면 일이 들어오지 않을 때 매일 불안하지만 고정 수입 루트 중 적어도 1가지 이상의 일을 진행하면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불안한 마음은 덜 수 있다. 그럼에도 안정적이지 않은 프리랜서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회사로 다시 돌아가면 되고, 회사 업무와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아 회사생활을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면 수입원이 안정적이지 않아도 나에게 맞는 일감을 구하기 위해 sns, 산그림 등 가리지 않고 열심히 홍보하여 일감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서 해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