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단팥죽집에서 일하세요? (1)

29살, 단팥할미 꿈을 꾸다

by 심동

내 나이 스물아홉, 단팥죽집에서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학생 때 유학을 다녀온 뒤 언어를 살려 사무직으로 일을 했었다. 하지만 그 일이 나와는 맞지 않아서 평소 취미로 하던 베이킹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자 제과제빵자격증을 땄고, 이후 제빵사로 빵집에서 일하게 되었다. 훗날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달달한 디저트를 함께 나누는 순간을 꿈꾸며, 그렇게 빵 업계에 몸담은 지도 어느덧 5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무렵,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빵집을 차리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들이 치열한 레드오션 속에서 살아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점점 더 체감하게 되었다. 실제로 주변에서도 가게를 열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 지인들이 많았고, 그런 이야기를 보고 듣고 있으면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준비를 오래 한 만큼 가게에 대한 정성과 애정이 빵에 고스란히 담기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그 결과물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건 정말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러던 중, 전 직장 사장님과 나눈 일상 대화가 나에게 전환점이 되었다. 모두가 그렇듯이 성공이라는 목표를 두고 미래를 바라본다. 성공이라는 개념에 있어 각자 기준이 다르겠지만, 전 직장 사장님은 성공을 해도 꼭 "빵"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다짐을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다고 했다. 빵이 곧 그의 인생이었던 걸까. 난 그 말에 '빵이 아니어도 난 괜찮은데..'라는 말이 나올 뻔했지만, 간신히 삼켰던 기억이 있다. 사실 한 분야에서 오래 버티는 힘은 결국 '그 일에 미쳐 있는가'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빵에 미친 사람일까. 단칼에 '아니다'라는 대답이 떠올랐을 때, 파노라마처럼 내 머릿속에 처음 빵을 만들던 순간이 떠올랐다.


내가 빵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누군가에게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것이 그저 즐거웠다. 요즘 흔히들 'DIY'라고 하는 놀이가 딱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계기는 집들이 선물로 받은 광파오븐이 시초였다. 어렸을 때 장난 삼아 반죽하고 구웠던 것이 취미가 되었고, 결국 직업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빵 만드는 것은 여전히 재미있다. 빵일을 하는 5년 내내 즐거웠다. 하지만 그 즐거움도, 현실적인 생계 앞에서는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빵을 그만두고 직종을 바꾼 것에 후회는 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빵집을 차리고자 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덜 간절했구나'라고 웃어넘길 수 있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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