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들의 말실수 모음집_2

배달 편

by 심동

가게가 49주년을 맞이했다.

그날은 사장님이 저녁으로 중식을 시켜주신 날이었다.

흑백요리사 중에서 철가방요리사를 기억하는가. 사실 중요한 건 요리사가 아니라 '철가방'이다.

어릴 적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철가방에 음식을 담아 2~3단 선반에서 그릇째 꺼내어 주는 정겨운 모습이 요즘은 보기 힘든 건 사실이다.


그날 저녁, 동네 중식당에서 배달 아저씨가 철가방을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셨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었다.

나는 괜히 옛 기억이 떠올라, 신난 마음에 아이처럼 이모한테 떠들었다.


나: 우와! 이모이모! 이렇게 철가방에 오는 거 진짜 오랜만이에요!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 대박대박!

이모 1: (장난칠 준비) 너네 집에선 중식 배달 안 시켜 먹어~?

나: 시켜 먹긴 하죠. 근데 요즘은 다 비닐에 싸서 그냥 문 앞에 두고 가니까, 이렇게 받는 일은 거의 없잖아요.

이모 1: 왜 없어~웃기긴. 거기 어디야 '민속배달'에서 시키면 이렇게 와~

나: 진짜요? 거기가 어디예요? 유명한 데예요? 거기선 철가방으로 와요?

이모 1: 어머 얘 좀 봐. 배달시켜 먹는다며~ 근데 그걸 몰라?

나:.............?(잠깐의 정적) 이모, 혹시 '배달의 민족'말하는 거 아니죠?


그러하였다.

그것은 '배달의 민족'이었던 것이다.

나는 잠시 '민속'이라는 식당이 따로 있는 줄 알았고, 하다못해 '민속촌에서 배달하면 철가방으로 오나?'라는 상상까지 했는데 말이다.

역시 우리 이모, 49주년을 맞이 한 날에도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남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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