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때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좀 생겨?
결혼 적령기라서일까, 요즘 들어 동창들의 결혼 소식이 하나둘 들려온다. 그럴 때마다 마음 한편이 괜히 간질거린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바로 내 친구의 결혼 소식이었다. 심지어 곧 웨딩드레스를 피팅한다는 게 아닌가. 함께 가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일정이 맞지 않았다. 대신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보며,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설명할 수 없는, 어딘가 모를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옆에 있던 이모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슬쩍 물으셨다. "친구가 결혼해?"
순간, 그 한마디가 조용하던 이모들 사이에 대화의 불씨가 되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모들은 평소에도 내 연애, 특히 결혼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너 나이 땐 애가 둘은 있었지.", "지금쯤이면 애 낳고도 남았어." 그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요즘 세대 간 갈등의 단골 소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들에 무뎌진 건지, 익숙해진 건지, 쉽게 동요되지는 않는다. 원래 성격이 덤덤한 편이기도 하고. 물론 질문 공세가 길어지면 머리가 지끈거릴 때도 있다. 그래도 아직 '너 너무 늦었다'며 집요하게 몰아붙이는 이모는 없다. 다행이다.
내가 일하는 단팥죽집은 일반 디저트 카페와 달리 음악이 없다. 한 번은 궁금해서 사장님께 여쭤본 적이 있는데, 오래된 가게라 음악이 없는 분위기가 익숙하기도 하고, 본래 고요함을 좋아하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손님이 없는 시간엔 정말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까지 들릴 것처럼 적막하다. 그 적막을 깨려는 듯, 누군가는 항상 먼저 말을 꺼낸다. 사소한 이야기라도 꺼내어, 대화의 끈을 붙잡는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유일한 20대 신입인 나는 자주 관심의 중심이 되곤 한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단골 주제. 바로 '결혼' 이야기다.
"친구가 결혼한다는데, 어때? 너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이모의 질문에 나는 밥을 먹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천진한 얼굴로 말했다. "이모... 저 아직 애긴데요...?" 그 말에 이모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식사에 집중하셨다. 말문이 막히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정말 내 진심이었다. 나는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물론 남들보다 늦은 건 아닐까 불안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억지로 감정을 앞당기고 싶진 않다.
괜히 내가 너무 쐐기를 박았나 싶어,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 "그렇지만 이모, 언제가 될 진 몰라도 나중에 제가 결혼하게 되면 꼭 오셔야 돼요!" 그제야 이모가 허허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 웃음엔 다정함과 너그러움이 묻어 있었다. 그 순간, 문득 바랐다. 언젠가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 이모들이 건강하게 그 자리에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아마 그 말 한마디엔, 나도 모르게 쌓여 있던 애정과 투정, 그리고 작은 바람이 담겨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