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가슴에 봄바람이 들어와

봄은 설레이는 계절

by 심동

그날은 유난히 맑고 산뜻한 날이었다. 단팥죽집에서 아침을 먹고 이를 닦으며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니, 꽃이 피어 있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봄 햇살을 만끽하던 중, 큰이모가 입 안 가득 치약 거품을 머금은 채 나를 보며 웅얼거리듯 말했다. "처녀 가슴에 봄바람이 들어오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똑같은 날씨를 보고도 나는 그저 '맑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모는 그런 감성적이고도 시적인 표현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이모들과 함께 있으면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된다.


가끔 그런 표현들이 내 마음을 콕 찌르고 지나간다. 그럴 때면 급히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곤 한다. 나중에 다시 꺼내어 곱씹다 보면, 그 하루나 그 순간이 전혀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별것 아니었던 일도 이모들의 시선을 빌려 바라보면 무미건조하던 순간들이 새롭게 느껴지고, 일상 속 사소한 것들에 다시 설렘이 스며든다. 정말 봄바람이 내 마음속으로 살며시 스며든 것만 같았다.


괜히 간질거리는 마음을 안고 하루를 시작하니, 늘 반복되는 일상조차 왠지 더 다정하고 부드럽게 느껴졌다. 커피를 마시는 오전,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 간식을 먹으며 나누는 이야기들까지도 평소보다 따뜻하게 다가왔다. 잔잔한 하루의 특별함은 결국 바깥에서 찾아오는 게 아니라, 내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조용히 일깨워준 고마운 하루였다.


그렇게 그저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평범한 하루들이 모여,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계절이 되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내 마음 안에 피어나는 봄의 기운을 조용히 따라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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