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입이 열려있어서 거슬려

자꾸만 입에 뭐를 넣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야

by 심동

올해는 작년보다 여름이 늦게 찾아온 것 같다. 그래서인지 5월에도 손님이 꽤 많았다. 하지만 단팥죽은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에서, 여느 요식업과는 조금 다르다. 무더운 날이면 사람들은 시원한 아메리카노나 빙수를 찾지, 뜨거운 단팥죽을 후후 불어가며 먹고 싶어 하진 않는다. 결국 단팥죽은 겨울에 가장 힘을 발휘하는, 철저히 계절을 타는 메뉴다.


그래서 여름을 앞두고 실내를 시원하게 유지하는 건 필수다. 추운 날에 먹는 단팥죽이 맛있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니까. 매년 정기적으로 에어컨 청소를 맡겼는데, 올해는 사장님의 지인이 새로 에어컨 청소 사업을 시작하셨다기에 그분께 부탁드렸다.


이른 아침, 기사님이 오셔서 꼼꼼하게 청소를 해주셨다. 매년 오시던 분이 아니라서 그런지, 이모들은 의심 반, 걱정 반의 눈빛으로 긴장한 채 기사님의 손놀림을 지켜보았다. 몇 시간이 지나 청소는 끝났지만, 문제가 생겼다. 바람이 시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 날부터 장사에 차질이 생길까 봐 걱정이 밀려왔고, 기사님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셨는지 몇 주 동안 부품을 구해 가며 수리를 이어갔다. 다행히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겨버렸다. 이번엔 에어컨 '날개'가 말썽이었다.


"에어컨 입이 열려 있어서 거슬려."


직원들끼리 아침 식사 중, 큰 이모가 밥을 먹다 말고 한숨을 쉬며 툭 내뱉었다. 순간 '에어컨 입'이 뭐지? 싶었지만, 이모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에어컨의 날개였다. 방향이 어긋났는지, 리모컨으로 꺼도 닫히지 않고 입을 벌린 채 멈춰 있었다. 이미 여러 번의 수리로 모두 지쳐 있었고, 실제로 기능에 큰 문제도 없어서 그냥 넘어가자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나는 웃으며 물었다.

"이모! 입이 열려 있는 게 왜 거슬려요?"

이모는 밥숟갈을 내려놓고 말했다.

"입을 벌리고 있으니까 자꾸 뭐라도 넣어줘야 할 것 같잖아"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이모의 말투는 장난처럼 들렸지만, 어딘가 진심도 섞여 있었다.


밥 먹다 말고 에어컨을 보며 미안해지는 마음. 괜히 뭔가라도 넣어줘야 할 것 같은 기분. 말에 생명을 불어넣듯, 사물에 마음을 얹어 표현하는 이모들. 그 말들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재치가 아니라, 이 공간을 얼마나 깊이 아끼고 살아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런 말들을 곁에서 들으며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일도, 삶도, 사람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마음을 얹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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