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이벤트 한 꼬집

다이소 카네이션

by 심동

어버이날을 앞두고, 긴 연휴로 가게가 유난히 바빴다. 모두가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평소 기운 넘치던 나도 이렇게 힘든데, 이모들은 도대체 어떻게 버티시는지 알 길이 없었다. 점점 허리가 구부정해지는 게 보이는데도, 표정 하나 흐트러짐이 없이 묵묵히 일만 하셨고, 물어보면 그저 괜찮다고만 하시는 이모들이었다. 내가 여태 알고 있던 끈기와 인내는 어쩌면 다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웬만한 내공이 아니고서는 저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는데, '역시 엄마는 위대하다'는 말이 문득 뇌리에 스쳤다.


올해 어버이날은 목요일이었다. 나는 휴무였던 전날, 다이소에서 고른 카네이션 브로치를 들고 출근했다. 직접 이모들의 앞치마에 달아드렸는데, 평소와 다르게 얼굴에 은은한 화사함이 피어올랐다. 이모들은 공통적으로 꽃을 참 좋아하신다. 평소 길가에 핀 예쁜 꽃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시기도 하고, 꽃 하나로 한참을 이야기꽃 피우시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고개를 숙일 때마다 살짝 보이는 카네이션에 이모들 표정엔 왠지 모를 설렘이 묻어나는 듯했다. 그 모습에 나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벤트 좋아하는 애'로 통하는 나로선 이보다 더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이모들은 퇴근할 때까지 브로치를 달고 계셨고, 갈아입은 외투 위에도 다시 옮겨 다셨다. 나까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하루였다.


직장에서 누군가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준 건 이번이 처음이라 조금은 어색했지만, 이렇게 소소한 이벤트가 이모들의 단조로운 하루를 기분 좋은 기억으로 바꿔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의미 있게 느껴졌다. 앞으로 또 어떤 즐거운 것들을 함께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머릿속이 바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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