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곧 삶인 이모들_왜 정각에 출근을 안 하세요 왜
나의 직장 동료들을 소개하자면, 출근 시간을 지키는 걸 넘어서 무려 30분이나 일찍 나오는 부지런한 이모들이다. 어떤 날은 1시간 전에 오시기도 한다. 처음엔 나도 정시에 도착을 했지만, 괜히 지각한 사람처럼 눈치를 보며 마음이 조급해지곤 했다.
내가 이곳에 출근하고 만난 이모들만 총 6분이 계셨다. 지금은 점점 비수기에 접어들며 잠시 쉬게 된 이모 한 분과 항시대기조로 바쁠 때만 도와주시는 또 다른 이모 한 분을 제외하고 현재는 고정 멤버 네 분과 함께 일하고 있다. 나이 순으로 소개하자면 큰 이모, 미소이모, 주방이모, 써니이모가 있다. 그중 큰 이모와 미소이모는 이곳에서 30년 넘게 일해 오신 분들이고, 나는 주방파트이기에 주방이모와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다. 주방이모를 제외하고는 다 홀을 담당하신다. 나는 홀과 주방을 오가며 필요한 곳에 투입되는 '땜빵'역할이다. 진정한 만능이 되는 그날을 꿈꾸며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다.
단팥죽을 쑤는 일이 어렵다기보다는 노련한 고수들과 함께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이모들에게서 느껴지는 책임감, 그 안에 담긴 사명감이 나를 가장 숨 막히게 했다. 그게 단지 일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모들은 결국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아내이며, 또 누군가의 자식이기 때문에 일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에서 누군가를 위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었다. 나는 가끔 그 모습들이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삶의 주체가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삶으로 변질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과연 나였다면 다를 수 있었을까. 선뜻 대답할 자신이 없다. 인생살이가 원래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이모들은 때로는 나아지지 않는 삶을 한탄하시면서도, 막상 일할 때는 늘 한결같은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신다. 그들에게 있어 '일'이 곧 '삶'이었다. 오히려 일이 없는 하루하루가 더 견디기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나는 아직까지도 내 기분에 휘둘리고 감정기복이 심한 채로 출근을 하는데 말이다. 역시 난 인생 앞에서는 아직 애기가 분명해. 그렇게 이곳에서 처음으로 배운 것은 일의 기술이 아닌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