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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Apr 24. 2022

어렵구나 20대는

그런 글을 봤다. 한 가수가 인스타에 끄적인 자신의 식습관에 관한 글. 그 가수는 나도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이 시국에도 외국에 초청되어 멋있는 공연을 펼치는 전도유망한 사람이다. 그는 나에게 음색과 가사에 담긴 생각이 좋았던 기억을 줬다.



 그 글이 사실은 너무도 좋았다. 다시금 글을 쓰고 싶어 지게끔 만드는 그런 글. 아, 반칙이다. 자기 일도 잘하고 빛나는 커리어를 달리고 있으면서 인스타에 끄적인 사진과 글이 진솔하고 힙하기까지 하다면 나는 비교의식을 참을 수가 없게 된다. 몇 달째 나는 글을 쓰지도 못하고 있고 엔간한 직장도 가지지 못했는데... (그들이 나로 하여금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 분명하므로 이런 마음은 접어두도록 하자.)



 기술 책을 읽으면 기술이 갖고 싶어 진다. 또래 작가의 책이 나오면 아무것도 적지 못한 몇 달간의 노트를 떠올리며 공허해하고, 노래 연습을 하다 보면 아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를 깨닫는다. 뭘 하든지 내가 토 나오도록 쳐다보는 취업 준비 책을 파듯 해야 성공할까 말까 하다는 사실에 숨을 탁, 참았다 내뱉는다. 어휴.



 관심이 받고 싶다. 안정이 갖고 싶고,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전문성과 그것을 사랑하는 삶을 살고 싶다. 아아,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최근에는 브이로그를 많이 들여다보고 있다. 사는 김에 하는 듯한 브이로그지만 다른 사람들을 자리에서 일으키는 힘을 가진, 성실하고 진실한 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브이로그라 하면 가식과 꾸며진 앵글을 많이들 떠올리겠지만 일상을 찍고 편집하는 데 있어 자신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진솔함을 획득하는 그런 경우도 있다. 나도 사람들을 자리에서 일으킬만한 영향을 주고 싶은데... 당찬 첫 영상에 찍힌 조회수 12를 보고 다시 못 일어나고 있다.



 그래 그럼 나의 재능을 살펴보자. 나는 가르치고 사랑하는 일을 잘하지 않는가. 그런데 교육의 길이 계속 막히는 경험만 이어지고 있다. 다음.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에게 칭찬을 종종 듣지 않았던가? 브런치도 한 번에 합격하고. 글이나 열심히 써야 하는 것일까. 몇 달간 브이로그만 보고 글을 안 읽었더니 잘못된 길로 들어섰던 건지도 모른다. 글을, 글을 써보자.



 관심과 안정, 전문성과 사랑. 그중 나는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까. 가끔은 몇 계단 위에서 전혀 다른 혜택을 누리는 자본주의 귀족들을 보며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것들을 얻어내고 싶어질 때도 있는데, 돈은 벌 수 있으려나. 시크릿의 인생계획표를 쓰면서 그대로 이룰 수 있을 줄 알았던 시간은 지나갔다. 지금의 나는 스티븐 잡스가 말했던 몇 개의 점들 중 하나를 힘겹게 그려내면서 그것들을 이어나갈 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믿는 중이다. 아아, 어렵구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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