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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Jan 30. 2024

<프롤로그>파란노을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내가 파란노을을 알게 된 건 고2때, 파란노을이 2집을 내고 피치포크란 명성있는 평점 사이트에서 7점 이상 높은 점수를 받게 된 이후였다. 그때 난 음악 커뮤니티를 활발히 하던 때였는데 그때 그 커뮤니티는 파란노을로 불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레 파란노을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곧 빠져들게 된다.


 파란노을의 2집인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은 굉장히 거칠고 자기 파괴적인 앨범이다. 시작부터 영화 <러브레터>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샘플링하면서 시작하는 도입부는 자신의 현실이 꿈이었으면 좋겠고, 자신의 한심한 상황을 자조하며 우울하고 찌질하게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들에선 그에 어울리는 노이즈와 드럼, 그리고 자기 파괴적인 가사가 계속 나온다.


 늦은 밤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흰 천장과 그다음엔

혐오스러운 나의 몸

이제는 내 방 온도에

익숙해진 지도 오래

어둠 속뿐만이 나의 마음의 안식처

 -파란노을 <흰천장>에서 발췌

 

  이렇듯 자기 파괴적인 가사들이 나오며 끝에 가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새처럼 날아가고 싶다는 내뱉으며 앨범은 끝이 난다. 이런 찌질하고 한심해 보이는 가사는 이상하게 내 감성에 잘 맞았고 난 곧 파란노을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때부터 나의 노이즈 사랑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내 음울하고 독특한 음악 취향이 형성되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데, 입시 미술을 하던 고3 시절, 새벽 두시까지 파란노을과 기타 음울한 음악들을 듣다가 잠이 들었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그림 실력은 안 늘지, 여자친구와는 헤어졌지, 그나마 하는 건 공부밖에 없다 보니 더욱 더 이 감성에 찌들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굉장히 나에게 악영향을 끼친 것 같지만... 그만큼 난 파란노을의 음악을 사랑했고 지금도 그 앨범을 들으며 그때의 감정들을 곱씹는다. 이젠 추억이 되어버린 음악과 그때 새벽의 시간. 물론 다시 돌아가기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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