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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우 Feb 01. 2024

초록불꽃소년단

Greenroom, Greenbridge

 흔히 청춘하면 봄꽃이 휘날리고 뭔가 풋풋한 분위기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 다른 청춘의 이면을 그려낸 밴드가 있는데, 바로 초록불꽃소년단이다.

 초록불꽃소년단의 장르는 '청춘펑크'이다. 우선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의 음악에도 나온 밴드인 긴난보이즈(은행나무 소년들)을 알 필요가 있다. 긴난보이즈는 일본의 '청춘펑크'라는 장르의 대표격인 밴드인데, 가사를 들어보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해괴하다.


 학교에서 너의 체육복을 도난당한 적이 있었지?

 아무에게도 말 안했지만 범인은 나야

 난 스토커가 아니야 그런 녀석들하고 비교하지 말아줘

 난 네가 그저 좋을 뿐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을 뿐이라고

 -긴난보이즈 <skool kill>에서 발췌

 

 이 가사만 보아도 이 밴드가 풋풋한 청춘의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짝사랑만 하고 정작 고백은 못하는 찌질한 아이의 이야기. 그게 긴난보이즈의 테마였다. 그리고 그 정신을 한국에서 이은게 바록 초록불꽃소년단이다.

 

 오늘도 난 혼자야

 내일도 난 혼자야

 오직 그 아이만이 내 먹이라네

 그래 오늘밤에도 그래 내일 밤에도

 오직 그 아이만이 내 먹이라네

 나는 괜찮아 너도 괜찮아

 우린 괜찮아 동정이니까

 -초록불꽃소년단 <동정virginity>에서 발췌

  

 초록불꽃소년단의 가사를 들으면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의 짝사랑이 아닌 굉장히 날것의 짝사랑이 느껴진다. '나의 동정이여 너만은 날 떠나지 마라.' 고백하다 차여버리고 그 울분을 토하는 <은행나무 소년들>, 학창시절 뒷자리에서 소위 찐따로 있던 아이의 심정을 표현한 <중학생>, 그런 학생이 여자친구를 사귀면 표현할 지독한 사랑을 보여주는 <소년>까지, 여러모로 학창시절의 비참하면서도 또 사랑스러운 아이의 기분을 잘 표현해낸 가사가 일품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 할 청춘의 이면을 표현해낸 '청춘펑크'의 초록불꽃소년단. 그들은 2집에 들어서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인다.


 2집은 학생이 마음이 덜 여문 상태에서 사회로 내쫓긴 듯한, 억울한 성장의 모습을 그려낸다. 타이틀곡<동경모텔>에선 '끝이 없는 길을 걷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노래해'라며 희망을 독려하지만 <자살소년>에선 궁지에 몰린 자신을 한탄하며 결국엔 자살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드러내고 <엄마>에선 어른이 되었음에도 아직 기댈 곳이 필요한 화자가 드러난다. 그러나 그럼에도 어른은 청춘을 잊지 않고 마지막 트랙 <초록불꽃소년단>에선 우리 모두가 청춘이라는 메세지를 주며 청춘은 영원하다는 덜 여문 성장의 이점을 보여주며 끝을 낸다.

 입시가 한창이던 시절, 동경모텔을 들으면서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네온사인보다 빛나는 나의 청춘'. 우리의 청춘은 언제까지이고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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