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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Mar 17. 2021

맘을 전송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마음뿐

편지, 딸에게

밤 10시나 다 돼서일까? 반가운 이의 전화를 받았단다. 엄마 방송작가 후배인 윤숙 이모의 전화였지. 아이 공부 때문에 잠시 제주도 생활을 자처하고 내려간 지 이제 거의 네 계절 째를 맞고 있구나. 엄마는 여전히 불편하고 촌스러운 아날로그 세대여서 그런지 메신저보다는 이렇게 직접 목소리를 들으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 사이 숨소리마저 의미를 담고 있는 전화통화를 훨씬 좋아하거든. 


안 그래도 제주 봄소식이 궁금해서 엄마도 전화를 해볼까 하던 차에, 걸려온 전화라서 더더욱 반가웠단다. 며칠 전엔 포항에 사는 후배 상경 이모도 소식을 전해왔고. 세월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는 무상함 속에서도 이런 살가운 정들이 참 고맙고 힘이 되는 거 같아. 어느 노래 가사 말마따나, 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좋아하는, 나를 이해하고 바라봐 줄줄 아는 이들과 공감하며 사는 것, 그게 사는 거고 의미가 있는 거지. 엄마도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이들과 교류하고 어찌하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 나날도 있었다만 그런 것들이 무의미하다는 걸,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타인에게 나를 이해시키려 애쓰고 끝도 없이 노력한다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이야.


그들의 눈으로 그들의 마음으로 나를 담고 온전하게 녹여낸 다음에야 가능한 일들을 어떻게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오늘 후배 윤숙과의 대화 중에 이제는 더하기보다는 빼기의 삶을 살아갈 때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일상의 많은 부분 들 중 나와 통하는 사람 외의 사람들을 가려내고, 아닌 이들은 과감히 지워가는 일에 더 비중을 둬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단다.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 그 접점을 찾고 오래도록 귀히 여기는 심성, 아마 우리 딸에게 엄마가 늘~부러워하는 부분 아닌가 싶다. 그런 사람이 열이 아니고 단 하나여도 그 결을 세월 따라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거야. 마음을 전송할 수 있는 수단(메신저)은 오로지 마음밖에 없다는 걸 깨달은 밤, 도심의 희뿌연 별빛마저도 봄빛을 받아 한껏 아름답구나.     


※커버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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