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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Mar 13. 2021

‘죽음’ 이란 과연 금기어일까?

편지, 딸에게

오늘 한 달에 한 번, 만남을 가지고 있는 ‘모임’ 이 있었단다. 모임의 구성원들은 모두 네 고등학교 시절 ‘대입 준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 보기 위해 입학사정관 전형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만났던 동생들이고. 하지만 최선을 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해, 흔히 하는 표현대로 너의 첫 입시는 ‘광탈’을 겪었고, 오히려 엄마가 들었던 수업이 독이 됐나 싶어서 괜한 자괴감이 들기도 했었어.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만났던 좋은 인연들을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고, 당시 우리가 겪었던 입시에 관한 모든 것을 토대로 요즘은 오히려 대입을 준비하는 아이들의 조력자 역할을 엄마가 업으로 삼고 있으니, 이마저도 돌이켜보면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어.


아무튼 늘~긍정적이고 밝은 동생들 덕분에 엄마도 매번 힘찬 기운을 받고 오는데, 오늘은 의외로 조금 무거움이 ‘티타임’ 내내 흘렀단다. 바로 ‘웰 다잉’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는 한 동생이 꺼낸 주제 때문이었어.


죽음, 어쩌면 살아있는 자들에겐 금기어일 수도 있는 아주 진중하고 깊은 단어지? 하지만 엄마는 오래전  ‘셀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란 책을 통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죽음에 드리워진 어두운 장막을 걷어낼 수 있었단다. 오늘 주제를 꺼낸 동생이 한 얘기도 엄마의 이런 생각들과 맞닿아 있었어.


어쩌면 우리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살아가는 것’이 아닌 ‘죽어가는 것’ 이므로 그에 대한 긍정적인 고민들을 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 삶에 대한 여유,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시선,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 이런 것들은 그런 고민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고. 아직 푸른 청춘인 네게 이런 ‘담론’ 은 너무나 성급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네게 주어진 시간들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어떤 식으로든 가졌으면 좋겠다 싶구나.


문득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잠의 신 '힙노스'가 쌍둥이인 게 떠오르네. 매일 저녁, 잠을 자고 아침이면 다시 깨면서 우린 죽음에 관한 연습을 은연중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  다른 어느 계절보다 ‘생명’의 태어남과 사라짐이 눈앞 가득 펼쳐지는 봄이기에 오늘 이야기가 많이 길어졌구나. 한 주 동안 걸어온 길을  찬찬히 되돌아보는 시간, 가지는 주말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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