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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혜원 Feb 26. 2021

엄마의 시선보다는 네 시선으로

편지 딸에게

늦은 시간 네게서 걸려오는 전화는 약간의 두려움을 동반한단다. 재수 시절부터 웬만큼 힘든 일이 아니면 전화보다는 주로 메신저를 이용해 너와의 소통을 해 왔던 때문일 거야. 그래서 요즘 예전과 달리 자주 전화를 걸어오는 네게 어떤, 말하지 못할 힘든 일이 있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을 해 오고 있던 차였단다. 다행히도 오늘의 전화 내용은 얼마 전 엄마가 꼭 한 번 봤으면 좋겠다~ 추천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 후기였긴 했지만 말이야.


영화가 너무 좋았다는 얘기.. 동기 언니와 함께 보면서 서로 다른 이유로 훌쩍였다는 얘기 끝에는, 진한 그리움 같은 게 살포시 묻어났단다. 물론 영화의 내용 자체가 불러오는 ‘향수’가 바탕에 있었을 테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또래 정서가 살아나기도 했었을 거야. 결정적으로 주인공이 선택하려 했던 직업이 너의 직업이 되기도 할 테니, 그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이 시점의 감정이입이란... 말하지 않아도 고스란히 엄마에게도 전해지더구나.


강남 역 근처 영화관에서 학교까지 거의 왕복 한 시간 정도를 오가며 넌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기숙사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보고 싶어요’라고 약간의 애교와 함께 보내온 메신저에 엄마도 그만 눈물을 삼키고 말았단다. 무엇을 함께 느낀다는 뜻의 ‘공감’ 은 여러 곳에서 순기능을 발휘하지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지내야 하는 엄마와 딸에게는 더욱더 그 힘이 배가 되지 않나 싶다.


영화에서처럼 서로 말하지 않아도 믿고 배려하는 그 무엇이 우리 모녀의 세상에서도 튼튼한 성곽처럼 에워싸며 있으니.. 이제 눈물바람은 그만하자꾸나. 네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엄마의 시선보다는 네 시선으로, 그 맘으로 너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을 테니.


이 글은 2018년, 아이에게 띄운 엽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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