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 전설

사진으로 짓는 詩/디카시 7

by 초린혜원

차가운 물밑,

납작하게 엎드려 기다린 세월

검디 검게 서럽다.

어떤 인연을 그리며 무엇을 놓지 못했나

승천하지 못한 몸뚱이는

다시 천년을 기다려야 하나니.

검은 비닐, 혹은 이무기?



골목길을 좋아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곳은 때로 음습한 기운이 감돌기도 하지만. 이처럼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가며, 홀로이 세계를 구축하거나 허무는 데, 아주 제격이다.


꽤나 많은 양의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한 날, 마침내 승천할 그날인 듯.. 어두운 물밑을 가르며 날아오르던 이무기, 누가 그 형상을 훔쳐보았음인지 계절 끝에 걸려버렸다.


길고 검게 늘어뜨려진 비닐 한 조각이 데려다준 잠깐의 '신화 세상'은, 일상의 리프레쉬였다.

쌩유, 이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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