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언제든 호시탐탐 떠날 욕망을 품고 있는 사람.
'할머니여행가'라는 꿈을 꾸게 된 사람.
그런데 현실과의 타협에 실패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용기가 없어지는 사람.
눈치도 많이 봐서 선뜻 마음처럼 못 떠나고 훨훨 날아가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눌러 담고 현재를 살기 바쁜 사람.
누구나고요?
'저'입니다.
무작정 떠나고 싶은 욕구와는 다르게 떠나기 전에 챙겨야 할 것들, 생각해야 할 것들, 다녀온 후의 현실의 삶에 대한 걱정도 미리 하고 대비를 해야 하는 극 준비형 소심한 'T'성향의 피곤한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떠난 여행은 비교적 성공적입니다. 늘 그렇듯 준비를 완벽하게 했다 하더라도 늘 변수는 있기 마련이고, 그 변수에 대해 느긋해지는 법은 서서히 나이를 먹어가면서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은 누구와 떠나는지, 언제 떠나는지, 어디로 떠나는지, 누굴 만났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또 그때 그곳의 풍경과 냄새, 소리 등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준비하고 잘 다녀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지금은 사라진 싸이월드, 그리고 블로그에 여행 후기를 기록하기도 했었습니다만 점점 사는 게 바빠 기록이 느슨해지고, 그러다 보니 점점 내 기억력은 가물가물해지기 시작합니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벼르고 별러 힘들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 떠난 여행들인데, 지난 시간들과 추억들이 나를 좀 돌아봐 달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떠날 여행지들과 최근 다녀왔던 여행의 기록정리등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의 단상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리의 여행을 굳이 나눠보자면,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하는 설렘', '여행지에서의 시간들', '여행 후 현실자각', 그리고 '여행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구분해 보기로 합니다.
이 중에서 그동안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여행을 정리하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이따금씩 내가 가본 여행지에 대한 글이나 정보를 접할 때면 아련한 기억 저편 조각들을 더듬으며 '그때 거기에서 내가 그랬었지, 그랬었나? 맞나?' 하면서 기록저장소인 싸이월드와 블로그를 뒤져봅니다. 아, 그런데 이마저도 기록을 제대로 안 한 것도 있습니다. 그나마 올려놓은 사진 몇 장과 글들로 그때의 분위기와 감정들, 풍경들을 상상해 봅니다. 참 아쉽습니다. 일기라도 써둘 걸, 부지런하지 못한 나를 탓합니다.
물론, 여행의 모든 기억을 다 정리할 수 없음도 잘 압니다. 하지만 내가 적어도 살아있는 동안 나의 지난 여행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와 여행에 대한 생각들, 문득문득 생각나는 여행에 관한 단상들을 끄적여 볼 생각입니다. 기록을 남겨서 더 오래오래 추억하고 싶습니다.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추억, 나의 감정들을 기록하고 세월이 흘러 어떻게 변하고 나중에 이 기록들이 어떤 마음으로 다가올는지도 궁금합니다.
자, 이제 얼기설기 꼬여버린 여행에 대한 기억의 끈을 서서히 풀어헤쳐보겠습니다. 어떤 말을 적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살짝 여행을 떠나기 전처럼 두근두근 설레기 시작합니다. 주로 일본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는 첨언도 살짝 해봅니다.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시작합니다. 두둥.